상상인·OK만 800억 넘어
건설사 부도마저 현실로
금리 인상 충격 일파만파
국내 저축은행들이 내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1년 만에 1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2500억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상인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대출에서의 연체가 서너 배씩 급증, 두 곳의 부실만 800억원을 돌파하면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한파가 저축은행업계에 직격탄을 날리는 가운데, 지역 중견 건설사의 부도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총 25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7%(1105억원) 늘었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액이 44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76.6% 급증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OK저축은행의 해당 금액이 368억원으로 295.7%나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바로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는 9.0% 줄었지만 여전히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한국투자저축은행(173억원) ▲웰컴저축은행(164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131억원) ▲JT저축은행(122억원) ▲키움저축은행(114억원) ▲KB저축은행(94억원) ▲푸른저축은행(74억원) 등이 부동산 PF 대출 연체액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부동산 PF 대출액 대비 연체 비율은 바로저축은행이 13.51%로 최고였다. 또 센트럴저축은행의 해당 수치가 10.69%로 두 자릿수 대를 나타냈다. 아울러 ▲아산저축은행(9.88%) ▲MS저축은행(8.74%) ▲상상인저축은행(8.57%) ▲안국저축은행(5.92%) ▲키움저축은행(5.72%) ▲평택저축은행(5.66%) ▲JT저축은행(5.16%) ▲오투저축은행(4.85%) 등이 부동산 PF 대출액 대비 연체 비율 톱10에 랭크됐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를 둘러싼 부실이 꿈틀대고 있는 배경에는 우선 치솟는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대출 이자가 확대되면서 대출을 끌어 쓴 건설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지난 달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2012년 10월 이후 10여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불황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미분양은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올해 10월 말 총 4만7217호로 전월보다 13.5%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866호로 20.4%, 지방은 3만9605호로 17.2% 증가했다. 공사가 끝난 후에도 분양되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에 7077호로 1.6% 줄었지만, 서울은 210호로 12.3% 늘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이 주택과 상가 등 비(非) 아파트에 쏠려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이들의 경우 경기 불확실성의 영향을 보다 크게 받는 부동산 물건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저축은행은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낮아 시공사 신용보강 기능이 약한 편"이라며 "PF 부실이 발생하면 영세사업장이 많고 담보가치의 안정성도 떨어지는 일부 비은행 기관의 복원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와중 끝내 일부 건설사들이 부도에 직면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경남 창원의 중견 종합건설업체 동원건설산업은 지난 달 25일과 28일 두 차례 도래한 22억원의 어음 결제를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앞선 지난 9월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 6위 업체인 우석건설이 부도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들은 최근 부동산 PF 자금 경색과 금융기관의 대출 제한 조치 등이 맞물리면서 끝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간담회에 참석해 "부동산 PF 사업장과 기업자금 시장 등에서는 여전히 경계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사 건전성과 관련, 부동산 PF 사업장과 기업 자금사정 등을 점검해 정상 사업장 및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