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케어 조목조목 반박하는 보건복지부
의료 현장 과잉 진료·의료이용 시행 지적
남용 의심되는 항목 급여기준 명확히 개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인 '문재인 케어'가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른다. 정부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급여 항목 중 남용이 의심되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초음파 검사에 대해 급여 적용 여부를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공청회를 열고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 방안 및 필수 의료 지원 대책’을 공개했다.
MRI·초음파 검사에 대한 건보 적용 기준 강화
대책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료 현장에서 과잉 의료이용, 즉 의학적 필요가 불명확한 경우에도 과잉 검사가 시행되고 있다고 보고 남용이 의심되는 항목의 급여기준을 명확하게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MRI, 초음파 검사에 대한 건보 적용 기준이 강화된다. 두통·어지럼증 환자의 경우 신경학적 검사상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에만 뇌·뇌혈관 MRI 검사에 보험을 적용하되 최대 2회 촬영만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는 신경학적 검사를 하기만 하면 이상소견 유무에 상관없이 3회 촬영까지 보험 적용을 하고 있다.
또 같은 날 여러 부위를 초음파 검사를 하지 못하도록 횟수를 제한하고, 올해 건보 적용 예정이던 근골격계 MRI·초음파 검사는 의학적 필요성이 입증되는 항목에만 제한적으로 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연간 365회 이상 병원 진료를 받는 과다 이용자에게는 진료비의 최대 90%까지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외국인의 '건보 무임승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피부양자 조건을 강화할 계획이다.
문 케어 조목조목 반박하는 복지부
이번 대책은 여권을 중심으로 이전 정부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건보 재정 부실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뒤 나온 것이다.
복지부는 문 케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복지부는 문 케어가 내건 '비급여의 급여화'와 '환자 부담 상한액 축소'가 의료 남용과 비효율을 초래하고 보험료와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켰다고 진단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공청회에서 "지난 5년간 광범위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이 추진됐다"며 "의료 접근성 향상이라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불필요한 의료남용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문재인 케어를 비판했다.
실제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내세운 문 케어가 시행된 이후 MRI·초음파 검사비는 2018년 1891억원에서 지난해 1조8476억원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환자의 질환·상태와 관련이 적은 분야까지 급여화가 이뤄진 까닭이다.
복지부는 문 케어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건강보험료를 많이 올려 보험료 부담이 커진 점도 지적했다. 연평균 건보료 인상률은 2013~2017년 1.1%에서 2018~2022년 2.7%로 2.5배 뛰었다.
복지부는 과다 의료 사례도 문 케어의 부작용으로 꼬집었다.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는 과다 의료 이용·공급을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해 도덕적 해이와 불필요한 의료 남용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단순 두통 증상으로 병원에 간 40세 환자는 뇌 조영제, 뇌혈관, 특수검사 등 세 종류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동시에 하는 과잉 검사를 받았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증세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MRI를 찍었고, 이에 건보 재정 72만원이 들어갔다.
복지부는 문 케어가 의료체계 왜곡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건보 지출이 늘어났는데도 중증 질환, 소아암 같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지원은 미흡했고, 대형병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의사 인력 양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아암 전문의가 67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서울 29명, 경기 12명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강원·경북에는 한 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