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의 인상 기조에 덩달아 예금 금리가 치솟자 역대 가장 많은 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2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1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654조9359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66조2467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같은 해 전체 22조5283억원이 증가했고, 올해의 경우 증가 폭이 작년의 7배 이상으로 뛰었다. 금융권은 지금까지 증가 폭 추세로 미뤄, 전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증가액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서 5대 은행을 포함한 모든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0월까지 186조608억원이 급증했다. 11월과 12월 증가분을 더하면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해당 통계가 시작된 2002년 1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고, 사실상 역대 기록이다. 2002년 1월 정기예금 잔액 자체가 221조4459억원에 불과했고, 그 이전에도 한해 186조원 이상 불어난 사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기예금에 시중의 자금이 몰린 배경은 금융투자 대상 가운데 가장 높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통계에 따르면 10월 현재 예금은행 정기예금의 절반 이상인 58%에 4.0% 이상의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다만 정기예금에 자금이 몰리면서 회사채나 증권사,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 등의 자금이 막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들이 지난달 6%대 중반에 이르는 예·적금 특판 상품을 내놓으면 영업점 앞에 긴 줄이 이어지고 저축은행중앙회 서버가 마비됐던 일화는 자금난을 겪는 2금융권의 고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 상호금융에서는 고금리 특판에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가입하자 고객들에게 직접 해지를 호소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