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돌발영상, 16일 尹대역·국민 패널·부처 장관 등 리허설 편집 보도 논란
YTN 방송노조 "관련자들 '경고' 처분하고 귀책사유 없는 PD는 '주의'…징계 사유도 적시하지 않아"
"교묘한 짜깁기로 희대의 방송사건 저질러 놓고 꼼수인사까지…인사위 회부 논의조차 안 해"
"단순 실수 결론 내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모습, 가소롭고 애처로워…사측, 있어서는 안 될 선례 남겨"
지난 16일 정부의 국정과제 점검 회의 사전 장면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방송했다가 삭제 조치했다는 논란의 이른바 YTN의 돌발영상 사태와 관련해 YTN 방송노조는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29일 비민주노총 계열 독립노조인 방송노동조합 불공정보도감시단은 입장문을 내고 "초대형 사고를 냈던 돌발영상 사태는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고 비난했다. 방송노조에 따르면 돌발영상과 업무상 관련이 없는데도 영상 녹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영상에디터 A씨와, 확인과정 없이 편집을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는 제작1팀장 B씨는 각각 '경고' 처분을 받았다. 중계PD C씨는 귀책 사유가 없는데도 '주의'를 받았다고 방송노조는 꼬집었다.
방송노조는 "기습적 '매복 보도'에 대통령실이 격분하고 지상파 방송은 물론 종편, 대다수 신문까지 주요하게 다루며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고 방송사과대책위를 연다고 호들갑을 떨며 10일 이상 질질 끌다가 내린 결론"이라며 "(징계 과정에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보도제작국장 진술은 듣지도 않았다. 징계 사유도 적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묘한 의도적 짜깁기로 희대의 '방송사건'을 저질러 놓고 방송사고로 위장한 공지에 살며시 붙여 '꼼수 인사'까지 냈다"며 "모두 같은 편이라 사건의 전모를 밝힐 의사는 처음부터 없었을테니, 팀장 급으로 피신시켜주는 '생색내기' 인사는 당연한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방송노조는 "책임자에게 중징계를 내리기 위한 인사위 회부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예상 시나리오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그야말로 요식행위"라고 YTN측의 징계 과정과 결과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내는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두 눈을 부릅뜨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데, 단순 실수로 결론 내고 어물쩍 넘어가려 하는 모습이 가소롭고 애처롭다. '이 정도면 됐겠지' 하며 열심히 희망 회로를 돌리겠지만 착각은 자유"라고 지적했다.
방송노조는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한 상황이 심각하다며, 간단히 정리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방송노조는 "리허설에 참여해 행사진행 시 자신의 위치나 동선을 확인하고, 오디오 테스트에 응하며 자연스럽게 준비한 질문을 연습했던 패널들은 자신들이 마치 대통령실과 미리 짜고 친 것으로 왜곡 보도된 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졸지에 주모자로 지목된 대통령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 "신뢰가 생명인 언론사에서, 이런 예민한 문제를 다루는 영상물을 만들고 방송에 내보내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정치부장이나 출입기자 등에게 문의나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더 심각한 문제"라며 "가뜩이나 시청률이 급락하고 있는 와중에 채널 신뢰도마저 크게 떨어뜨리는 등 중차대한 징계 사유가 넘쳐난다"고 강조했다.
방송노조는 "(회사 측이) 있어서는 안 될 선례를 남겼다"며 "1년 반 전 뉴스에 잘못된 앵커 백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여러 직원이 방송사고 대책위와 인사위에 잇따라 회부돼 신랄하게 비판받고 징계받은 사실을 기억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은 회사를 떠난, 당시 사장은 두 차례나 제언을 통해 '보도의 신뢰를 추락시킨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일장 훈시를 했다"고 덧붙였다.
방송노조는 "(당시 사건은) 이번 (돌발영상) 사태와는 비교하기도 부끄러운 사안인데, 회사는 그때 징계 받은 사원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라며 "추상같아야 할 징계가 '고무줄' 잣대"라고 비꼬았다.
한편 YTN은 국정과제 점검 회의가 끝난 다음 날인 지난 16일 윤 대통령 '대역'과 국민 패널, 부처 장관들의 리허설 장면을 '(일부) 국민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돌발영상으로 편집해 보도했다. 해당 영상에는 리허설과 생방송을 비교하는 내용이 담겼고, '미리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