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긴밀한 가족관계, 살려는 의지 보인 점 등 '실족' 방점…文정부 국민비판 두려워 월북몰이"
"이대준 씨, 북한 발견 당시 한자 적힌 조끼 착용…무궁화 10호 비치된 구명조끼 아냐"
"방수복·오리발 등 바다서 활용 가능한 장비도 안 챙겨…신분 안정적인 공무원, 월북 이유 없어"
사건 이후 국정원·국방부 실무진도 자진 월북 '불명확 판단'…文정부 빈약한 근거로 월북자 낙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고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이 아닌 근무 중 실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이 씨가 북한에 발견될 당시 무궁화 10호에 비치된 구명조끼가 아닌 다른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과 당시 해상 상황 등을 근거로 검찰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적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이 씨를 '월북자'로 몰아갔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29일 "수사팀은 긴밀한 가족 관계나, 북한에 발견될 당시 살려는 의지를 보인 점 등 여러 증거를 종합할 때 실족 가능성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수사팀이 수사로 규명해야 할 실체는 이 씨가 실족했는지, 극단 선택을 했는지가 아니라 당시 국가기관이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취지로 발표한 것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씨가 북한에 발견될 당시 한자(漢字)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며, 이는 그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비치된 구명조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개인적으로 구명조끼를 휴대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다면 배에서부터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에 뛰어들었을 텐데, 배에서 뛰어내릴 당시에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사건 발생 직후 해경 등이 수색 과정에서 이 씨가 발견될 당시 입고 있던 구명조끼와 비슷한 구명조끼 2점과 구명환 1점을 해상에서 수거했다며, 그가 바다에 떠다니는 조끼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무궁화 10호에 개인 방수복·수영 수트·오리발 등 수영 장비가 있었음에도 이 씨가 이를 챙기지 않은 점도 자진 월북이 아닌 근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검찰은 당시 해류 유속(시속 2.92km∼3.51km)이 성인 남성 수영 속도보다 빨라 원하는 방향으로 헤엄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수온도 22도 정도로 낮아 장시간 바다를 헤엄치는 것은 어려웠다고 봤다.
또 이 씨가 북한에서 발견된 지점은 무궁화 10호와 최고 27㎞가량 떨어진 곳이었다며, 이 정도 장거리를 동력 없이 수영해 가려고 시도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씨가 가족과 유대관계가 끈끈했고, 신분이 안정적인 공무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개인 채무에 대해서는 그가 안정된 공무원 신분이었고, 외항사 간부급 선원으로 취업할 수 있는 경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월북 판단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근거에 비춰볼 때 이 씨가 문재인 정부 발표대로 자진 월북을 시도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사건 이후 국가정보원에서도 이 씨 월북 가능성을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실무진 역시 자진 월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해경의 의뢰를 받아 표류 예측 분석을 한 4개 기관 중 2개 기관에서 이 씨가 인위적 노력 없이 북한 해역으로 표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고도 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가 사건 발생 후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우려해 이 씨 사망 사실을 왜곡·은폐했다고 판단했다. 또 이러한 비판 여론이 종전 선언을 추진하던 정부의 대북 정책·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의도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조작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우리 사회에서 '월북자'가 일반적으로 국가보안법 사범 또는 '간첩'으로 인식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가가 국민을 월북자로 규정하는 것은 당사자와 가족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만큼, 사법 절차에 준하는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함에도 문재인 정부가 빈약한 근거만으로 이 씨를 월북자로 낙인찍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