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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과 농협은행의 차이…미꾸라지 된 상호금융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3.01.02 07:00 수정 2023.01.02 15:11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고정금리지만 인상" 해프닝

고금리 특판 해지 읍소 촌극도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농협은 농산물 파는 마트고, 농협은행은 은행 아닌가?"

"농협은 지역마다 있는 은행인 것 같은데"


금융권에 종사하지 않는 주변 지인들에게 농협과 농협은행의 차이를 물었을 때 나온 대답이다. 10명에게 물었더니 9명은 이 둘의 차이를 잘 몰랐다. 이들 모두 경제학 전공 제외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나오고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이다.


농협과 농협은행은 다르다. 농협은행은 1금융권 은행이고, 농협은 2금융권인 상호금융에 속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차이를 잘 모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농협·수협·신협·MG새마을금고·산림조합 등 상호금융도 겉보기에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지역마다 영업지점이 있고, 입출금 통장을 만들어 예·적금 상품을 가입할 수 있으며 대출도 취급한다.


하지만 상호금융은 지점마다 조합단위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각각의 개별회사다. 2금융권의 기능과 특징을 세밀하게 모른다면 은행과 헷갈릴 여지가 충분하다. 같은 이름의 은행도 존재하는데다 로고마저 비슷하지 않은가.


최근 상호금융권의 무책임함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신협의 한 지점은 고정금리로 판매한 대출상품의 금리를 임의로 올리겠다고 차주들에게 통보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는 황당한 일을 벌였다. 급격한 경제 상황 변화 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약관 내용을 근거로 연 2.5% 금리로 대출을 내줬던 차주에게 이자율을 4.5%로 올리겠다고 안내했는데, 이를 안 금융감독원은 이를 현재 상황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정금리는 말 그대로 고정돼 있는 금리다. 먼 훗날의 발생할 불확실성을 대비해 금융사에서도 고정금리 상품은 비교적 높은 금리로 대출이 나간다. 고정금리를 선택한 차주들은 '절대 안바뀌는 금리'를 가정하고 이같은 불이익을 감수한다.


물론 여신거래기본약관 중 '국가 경제·금융 사정의 급격한 변동으로 현저한 사정 변경시 이자율 인상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대출을 내줄 때 창구에서 잘 설명해주지도 않거니와 빼곡한 약관에서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해당 신협 지점이 자신들의 이익에만 골몰한 탓이다. 금감원의 말처럼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가 변한 사례는 과거 외환위기 위기 당시에만 벌어지는 등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신협 지점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높아지자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이 줄어들까 우려해 강제 인상을 자체 판단했다. 금융기관을 신뢰해 선택한 차주들의 입장은 그 판단 과정에서 지워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업에서도 안하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고금리 적금 해지 촌극도 상호금융권에서 일어났다. 농협과 신협 지점 몇몇 군데에서는 지난달 비대면으로 고금리 예금적금 특판을 팔았다가 과한 자금이 쏠리자 "조합이 파산하지 않도록 해지해달라"고 읍소했다.


고금리 특판은 봉사활동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 추구 활동에서 비롯됐다. 손 빠르게 움직인 소비자들만 가입한 적금을 해지하는 등 아쉬워하며 귀찮은 일을 두번씩 해야 했다.


상호금융은 많은 소비자들이 금융권의 역할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로 인해 알게 모르게 혜택을 보는 측면이 크다. 은행인줄 알고 가까운 상호금융 지점에 찾아가 예·적금에 가입하기도 한다. 경제 사정에 어두운 어르신일수록, 은행 지점보다 상호금융 지점이 더 많은 시골일수록 이런 사례가 잦다.


무지의 은근한 혜택을 누린 만큼 책임의 무게도 무거워져야한다. 상호금융도 일반 금융사만큼의 관리와 내부통제가 엄격해져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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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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