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를 모티브 삼아 걸그룹에 대한 고정관념 전복을 시도한 (여자)아이들을 비롯해 환경 또는 인종차별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직접 내는 블랙핑크, 방탄소년단 등 일부 아이돌들이 기존과는 다른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좋은 곡, 무대를 통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기면서 사회적인 영향력까지 발휘 중인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팬들의 눈높이, 감수성도 점차 높아졌고, 이와 맞물려 케이팝(K-POP) 영향력도 커지면서 사회 구성원들은 아이돌에게 기존과 다른 역할을 요구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이돌을 향한 잣대 또한 엄격해진 것이 사실이다. 또 글로벌 팬들을 겨냥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책임감 역시 커졌다.
그러나 뉴진스는 이러한 무게감이 불편했던 것일까. 최근 뮤직비디오 쿠키 영상을 통해 악플러를 넘어, ‘불편함’을 지적하는 이들을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를 남기면서 많은 이들의 실망감을 유발하고 있다.
뉴진스가 지난 2일 발표한 신곡 ‘오엠지’(OMG)가 음원차트를 석권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뮤직비디오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6분 33초 분량의 뮤직비디오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기억을 잃은 멤버들이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장면들이 담겼다. 하니는 자신을 아이폰의 시리라 여기고 있으며, 혜인은 자신을 동화 속 공주로 여기는 등 현실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을 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문제가 된 부분은 쿠키영상 속 한 장면이다. 한 인물이 자신의 SNS에 ‘뮤비 소재 나만 불편함? 아이돌 뮤비 그냥 얼굴이랑 안무만 보여줘도 평타’라는 글을 게재하던 중 뒤이어 의사 가운을 입고 등장한 멤버 민지가 그를 향해 “가자”라고 말한 것.
이에 정황상 뮤직비디오의 소재에 대해 지적하는 네티즌에게 “(정신병원으로) 가자”라고 말하면서 그를 ‘환자’ 취급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난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이 장면이 뉴진스가 전작 ‘쿠키’(Cookie) 발매 당시 ‘로리타 콘셉트’를 연상시킨다며 지적한 이들을 ‘불편러’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해당 장면이 단순히 악플러가 아닌, ‘불편함’을 지적하는 이를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를 남기면서 ‘비판과 악플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냐’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뉴진스 측은 ‘쿠키’ 관련 논란 당시에도 “‘쿠키’ 가사에 대한 어떤 의구심도 없었다. ‘건강함’과 ‘새로움’이라는 우리의 기획의도가 너무나도 선명했기 때문이다. 가늠할 수 없는 전 세계의 슬랭은 모두가 알고 익혀야 하는 표준어가 아니”라고 해명하면서도, “불필요한 의혹을 노린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으며 모두의 의욕을 떨어뜨려 마음만 고단하게 할 뿐”이라고 관련 의혹을 ‘불필요하다’고 치부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팬들의 눈높이도 한층 높아지고, 케이팝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최근의 아이돌이 수행하는 역할도, 요구받는 무게감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지적과 논의들이 오가면서 이것이 케이팝의 깊이를 더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비판마저도 악플 취급하며 정신병원 환자에 비유하는 뉴진스의 태도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물론 결과물에 대한 해석이 자신들의 의도와는 달라 억울하고 답답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생각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아닌, ‘불필요’한 ‘병’으로 취급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뉴진스의 성장을 바라며 지적하고, 비판하던 팬들까지도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