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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성남시 요구' 네이버 문건 제시하자…이재명 "정진상이 했다는 건가"


입력 2023.01.11 10:28 수정 2023.01.11 16:33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성남시 요구안 정리 문건 제시하자 "몰랐다, 믿어지지 않는다, 처음 본다"

"두산건설 등 6개 기업 제공한 돈은 광고비, 정당한 계약" 취지 해명하기도

검찰 "기업 부정청탁 있었고, 민원 해결 광고계약과 연결…이 과정에 이재명 지시 있어"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사건서 성과 빠르게 나올 경우…동시에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문건 내용 등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접촉한 후 성남시 요구안을 정리한 문건을 제시하자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며 "처음 본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1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성남지청 별관 조사실에 들어간 직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의 A4용지 6쪽 분량 진술서를 제출했다. 조사가 시작된 후에도 이 대표는 성남지청 형사3부 유민종 부장검사의 질문에 "진술서로 갈음한다", "의견을 묻지 마라"는 답변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점심 식사 후 진행된 오후 조사에서도 "나는 성남FC가 후원금을 받는 데 관여한 바가 없다,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특히 검찰이 네이버 관계자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접촉한 후 성남시 요구안을 정리한 문건을 제시하자, 이 대표는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처음 본다", "몰랐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이어갔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사실상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무혐의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없는 죄를 조작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남FC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된 적이 없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2021년 9월 '불송치'를 결정했는데, 이는 범죄 혐의가 없다는 '불기소'와는 다르다. 이후 고발인의 이의 신청으로 사건은 뒤늦게 검찰로 넘어와 수사가 진행됐다.


이 대표는 진술서를 통해 크게 3~4가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성남FC는 성남시와 관련이 없는 독립 법인으로, 자신의 개입 여지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측근 정진상 씨를 통해 성남FC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증거·진술을 다수 확보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2015년 2~3월 곽선우 당시 성남FC 대표에게 "성남FC 운영을 정진상에게 맡겨뒀다"며 "정진상과 상의해서 결정하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후 정 씨가 곽 대표를 건너뛰고 실장들에게 실무를 직접 보고받고 지시한 것도 그중 일부라는 설명이다.


성남FC 홈 경기장인 성남종합운동장 전경 ⓒ 데일리안 황기현 기자

이 대표는 두산건설 등 6개 기업이 제공한 돈이 광고비라는 주장도 펼쳤다고 한다. '광고 효과'라는 반대급부가 존재하는 정당한 계약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성남시가 기업 민원을 해결해준 것은 광고 유치와 별개인 적법한 행정 행위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 역시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기업의 '부정 청탁'이 있었고, 민원 해결이 광고 계약과 연결됐으며 그 과정에 이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13년 8월 두산중공업 고위 임원 A씨, 민주당 중진 B의원과 조찬 모임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A씨가 병원 시설이던 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후 정진상 씨와 두산 관계자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성남시가 2015년 두산건설 부지 용도를 병원에서 업무 시설로 바꾸고, 용적률을 250%에서 670%까지 올려줬다. 그 대가로 이 대표 등이 50억원의 후원금을 성남FC 측에 제공하는 방안을 두산건설에 제안했다고 의심한다.


이 대표는 또 '기업 광고비는 전액 구단 운영비로 사용돼 나는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주장도 진술서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민원 해결 청탁을 받고 대가를 다른 사람이 받게 하는 것이 제3자 뇌물이다. 검찰은 이 사건의 경우 기업의 청탁 행위가 존재했고, 그 반대급부를 성남FC가 받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대장동 사건에서 성과가 빠르게 나올 경우 설 연휴 이전에 두 검찰청이 동시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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