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 최초' 무보급 단독 남극점 도달...산악인 김영미 대장 [뉴스속인물]

입력 2023.01.18 14:42 수정 2023.01.18 14:47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김영미 대장 인스타그램

산악인 김영미 대장(42·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이 '위대한 도전'에 성공했다. 어떠한 보급도 받지 않고 단독으로 남극점에 도달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의 대기록이다.

남극의 혹한과 눈보라를 뚫고 1130km의 운행 거리를 홀로 썰매를 끌며 이동했다. 등반 기간만 무려 51일. 그의 도전은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김 대장은 '박영석 사단' 중 유일하게 탐험을 이어가고 있는 산악인으로 매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산악계에 한 획을 그을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 대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화이트 아웃 홈페이지 캡처

김 대장은 지난해 11월 9일 남극점 단독 도달을 위해 출국길에 올랐다. 그렇게 남극 대륙에 도착한 그는 같은 달 27일 허큘리스 인렛에서 100kg의 썰매를 끌고 위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허큘리스 인렛부터 남극점까지 직선거리는 1130km. 하지만 장애물을 피하거나 돌아가는 부분도 있어 실제로는 1186.5km를 걸은 셈이다. 영하 30도를 밑도는 남극의 살인적 추위를 뚫고, 하루 11시간씩 걸었다.

이 과정에서 김 대장은 어떠한 장비와 식량도 지원 받지 않았다. 텐트와 식량, 연료 등을 합쳐 114kg의 짐을 동력 없이 자신의 힘으로 끌고 가며 일궈낸 위업이다.

그렇게 출발 51일 만인 지난 16일(현지시간) 김 대장은 남극점에 도달했다.

김 대장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극점 도전) 51일째인 마지막 날 27.43㎞를 걸어 오후 8시 55분 남위 90도에 도달했다"며 "전체 누적 거리는 1186.5㎞, 운행 중 낮 기온은 섭씨 영하 31도였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대장은 한국 산악계에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됐다. 그동안 홀로 남극점을 밟은 여성 산악인은 전 세계에서 딱 17명, 이 중에서도 김 대장처럼 무보급으로 성공한 여성은 10명뿐이다. 나아가 아시아 여성 중에는 최초다.

'산악 그랜드슬램'을 세우며 전설로 불리는 고(故) 박영석(1963~2011) 대장이 2004년 무보급으로 남극점에 도달한 적이 있으나 이때는 팀을 꾸렸다.

김 대장은 박영석 사단의 막내로,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박 대장의 신념을 따르며 활동 중인 유일한 산악인이다. 박 대장의 후배 대부분은 히말라야 원정 중 불의의 사고로 산악계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번 도전을 위해 김 대장은 러시아 아무르강과 노르웨이에서 맨몸으로 썰매를 끌고, 타이어를 몸에 묶고 뛰며 산을 오르는 등 1년 6개월 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김 대장은 "많이 추웠지만 좋은 사람들, 따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걸었다. 덕분에 부상 없이 열 손가락, 열 발가락 짝 맞춰서 데려갑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그러면서 "오늘 약 20㎞를 걷는 것도 동상이 염려돼 어제 잠들기 전까지 내내 걱정했다. 어떻게 1000㎞를 넘게 무거운 썰매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며 "춥고 바람 불던 날들, 흐리고 배고프던 시간이 버거웠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맑고 따뜻한 날이 훨씬 더 많았다"고 떠올렸다.

김 대장의 남극점 원정기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추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