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에게 돈 건넨 사업가 "박영선과 언니·동생 하는 사이라고 말해"
이정근, 송영길·노영민·성윤모 등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과 친분 과시
"등록비 1200, 유세차 2200" 구체적 용처 언급하며 돈 요구하기도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청탁하는 대가로 돈을 받아 갔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20일 이씨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사업가 박모 씨를 이씨 재판에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박 씨는 2019년 11월 중소기업창업투자사 인수와 관련한 청탁을 하기 위해 이 씨를 소개받아 만났다고 한다.
그는 "이씨가 박영선 장관과 '언니·동생'하는 사이라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투자사 관계자 김모 씨를 만나서 말해주겠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장관은 2019∼2021년 투자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있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다.
박씨는 "(이 씨가) 2000만원을 달라고 해서 2000만원을 줬고, 돈을 더 달라고 해서 총 3000만원이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검찰이 "박영선 장관에게 인사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준 것이냐"고 묻자 박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박 씨의 주장과 관련해 박 전 장관은 앞서 연합뉴스에 "이씨와 전화한 적도 없고 청탁을 받은 적은 더더욱 없다. 황당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씨의 변호인도 이날 "피고인은 부인하는 사실로, 증인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박 씨는 이 씨가 박 전 장관뿐 아니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이름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는 2020년 초 이 씨가 구체적으로 박 씨에게 선거자금을 요구한 정황도 공개됐다.
검사가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 씨가 "오늘 해달라"고 하자 박 씨는 "정확하게 몇 개가 더 필요하냐"고 묻는다. 이 씨가 "5, 5"라고 하고 박 씨는 "알겠다"고 답한다.
검사가 "5천, 5천 합쳐서 1억원을 달라는 것이냐"고 묻자 박 씨는 "맞다"고 증언했다.
이밖에 이 씨가 2020년 3월 "등록비는 1200이고, 유세차가 2200이고. 3개, 4개만 더 주시면 내가 그냥 편하게 할게요"라고 구체적 용처를 언급하며 돈을 요구한 정황도 있었다.
검찰은 이 씨가 이런 식으로 21대 총선이 있던 2020년 2∼4월 박 씨에게서 3억3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2019년 12월∼2022년 1월 각종 청탁 명목으로 수십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일부 중복되는 부분을 제하면 이 씨가 받은 돈은 총 10억원 가량으로 파악됐다.
이씨 측은 앞서 박 씨에게 생일 선물로 명품 가방을 받은 것을 포함해 4000만∼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대부분의 돈은 단순히 빌린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법정에서도 변호인은 "증인이 피고인의 선거비용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지원받은 것뿐이고, 선거 자금은 전부 계좌로 받았다"며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