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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 본인이 직접 내야"…콧줄 단 뇌경색 80대 창구방문 요청한 은행


입력 2023.01.30 17:43 수정 2023.01.30 17:43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환자 가족, 은행 측에 상황 설명 후 양해 구했으나 거절

은행 관계자 "제삼자가 예금 수령해 가족 간 분쟁 발생 많아…예외적 지급은 내부 규정 부합하는 경우만"

ⓒgettyimagesBank

뇌경색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80대 노인 대신 가족이 병원비 확보 목적으로 예치금을 수령하려 했으나, 은행으로부터 거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중환자용 침대에 실린 노인이 직접 은행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80대 A씨는 어느날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 중환자실에서 투병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입원비를 결제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그의 가족들은 회사 퇴직금 중간정산까지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 한 은행에 만기가 지난 A씨 명의의 정기예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은 이 은행을 방문했다.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가족은 은행 측에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은행 직원은 내부 규정을 들며 "긴급한 수술비에 한해 은행이 병원에 직접 이체할 수 있으며, 이외에는 예금주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돈을 찾을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이어 "본인 명의로 돈이 있는데 자식이 돈이 없으면 병원 진료도 못 받는다는 것이냐"라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다른 사람도 분명 겪을 것이니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은행 측의 거절에 A씨는 사설 구급차를 불러 중환자실 침대에 실린 채 은행을 방문해야 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 관계자는 "제삼자가 예금을 수령할 경우 가족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은행 직원이 송사에 휘말리기도 한다"면서 "긴급한 수술비 등의 예외적인 지급은 예금자 보호 차원에서 내부 규정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의 가족은 A씨가 정기예금을 보유한 또 다른 은행에도 방문해 예금 인출을 요청했는데, 이 은행은 가족관계증명서와 진료비명세서, 의사 소견서 등을 확인한 뒤 병원비를 병원 계좌에 직접 이체하는 방식으로 A씨의 예금을 인출해 지금했다고 한다.


A씨 측은 "서류상으로 충분히 처리할 방법이 있는데 80대 중환자 고객이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반드시 오도록 하는 것은 고객의 사정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은행의 갑질, 횡포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013년 예금주 의식불명의 경우 금융회사가 병원비 범위 내에서 병원 계좌에 직접 이첩 처리하는 등 제한적 방식으로 예금 인출이 가능하도록 협조해달라고 금융회사들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외의 허용 여부는 각 회사가 내부 규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은행마다 다를 수 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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