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즌 앞두고 신상품 매입 시기, 현금 유동성 확보 우려도
이달 말 인천공항 신규사업자 입찰도 영향 미칠 듯
면세점업계가 공항 임대료 부담에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전 세계적인 엔데믹 분위기에 해외관광 수요는 회복세로 전환됐지만 늘어난 공항 이용객만큼 면세점 매출이 늘지 않고 있어서다. 이 가운데 작년 말로 임대료 감면 정책이 마무리되면서 한 달 매출에 육박하는 임대료를 부담하게 됐다.
특히 매출 규모가 작은 중소‧중견면세점의 경우 매출 보다 임대료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신세계면세점 등 면세업계는 국토교통부 탄원서에 이어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 감면 관련 내용 증명을 보냈다.
작년 말로 코로나19로 인한 임대료 감면 정책이 종료되면서 임대료 부담이 크게 늘어나서다. 코로나19 이전처럼 고정임대료 방식이 적용될 경우 한 달 매출에 해당하는 금액을 월 임대료로 내야 할 상황이다.
현재 인천공항 1터미널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작년 12월 매출이 230억원이었는데 내야 할 임대료는 224억원 수준이다. 사실상 한 달 매출과 임대료가 동일한 수준이다.
이보다 상황이 열악한 중소중견면세점의 경우에는 한 달 임대료가 매출 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업계는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는 입장이다. 당장 다음주면 지난달 임대료 정산을 해야 한다.
대기업 계열 면세점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중소중견면세점의 경우에는 차라리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무는 게 낫겠다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롯데, 신라면세점 등은 코로나19로 인한 임대료 부담에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사업권을 포기한 바 있다.
특히 봄 시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현금 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면세점은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다 보니 여타 유통기업에 비해서도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곧 봄 시즌이다 보니 신상품을 매입해 매장에 진열해야 하는데 상품구입 비용만 해도 수십에서 수백억 규모”라며 “주요 명품 브랜드 입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매입 규모를 갑자기 줄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항 임대료 문제가 다시 화두로 부상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인천공항 신규 입찰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달 22일까지 2만4172㎡ 규모의 1터미널, 탑승동, 2터미널 등에서 면세점을 운영할 신규사업자 입찰서류를 접수한다.
계약기간이 10년으로 늘고 임대료 산정방식은 고정에서 여객당 임대료 체계로 변경되면서 이전에 비해서는 조건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전만큼 물밑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은 분위기다.
방역규제로 인해 국내 면세산업 매출 8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 관광객과 보따리상 입국이 제한되면서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내는 방식에 비해 위험 부담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임대료 감면 정책 종료로 업계 후발 주자로 꼽히는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비용 부담이 커진 점도 입찰전 열기를 식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는 만큼 매장 수가 많을수록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고정 임대료 전환으로 부담이 커진 신세계, 현대가 이번 입찰을 공격적으로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