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김용태·허은아 후원회장 맡아
친윤 후보 난립 속에서 '전략적 집중
투표' 이뤄질 경우, 파괴력 있을 듯
"당원권 정지 중엔 안된다" 견제구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원권이 정지돼 있는 이준석 전 대표가 몇몇 최고위원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것이 당헌·당규상 가능한지 검토에 착수했다. 선관위는 이르면 오는 5일 클린소위회의에서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관위는 일부 최고위원 후보로부터 이준석 전 대표가 경쟁 최고위원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자, 이에 대한 당헌·당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으로 출마를 선언한 김용태 전 최고위원의 후원회장을 맡은데 이어, 전날 마찬가지로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허은아 의원의 후원회장 요청도 수락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박성중·이만희·이용·태영호 의원, 김재원·문병호 전 의원, 김병민·김세의·민영삼·신혜식·정동희·지창수·천강정 후보와 경쟁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 제27조 1항 본문에 따라, 이들 중 컷오프를 하고 남은 후보들이 경선을 통해 1위부터 4위 득표자까지 네 명이 지도부에 입성한다.
허은아 의원은 조수진 의원, 정미경 전 의원, 류여해 전 최고위원과 경쟁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 제27조 1항 단서에 따라 당선권 내에 여성이 한 명도 없을 경우, 무조건 여성 최다득표 후보가 지도부에 입성하기 때문에 사실상 여성 후보는 여성 후보들끼리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김용태 전 최고위원과 허은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당 안팎에선 78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 중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 숫자만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기존 유승민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성향의 책임당원도 흡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당대회 책임당원 투표율이 30~40%선이 될 것으로 가정하면,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할 것으로 보이는 이들 지지층의 표심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친윤(친윤석열) 성향을 자칭하는 최고위원 후보들이 난립한 상황에서 이준석 전 대표 계열의 최고위원 후보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과 허은아 의원, 남성 1인과 여성 1인으로 '단일화' 된 상황이라, 1인 2표를 행사하는 최고위원 경선의 특성상 '전략적 집중투표'가 이뤄질 경우 경선 구도에 출렁임이 예상된다.
이에 경쟁 최고위원 후보인 박성중 의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준석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기간 중 후원회장을 하는 것은 당헌·당규를 위반한 불법"이라며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자는 선거권이 없다. 선거권이란 '투표할 권리'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는 같은날 "이준석이 누군가에게 불출마를 종용했느냐. 이준석이 룰을 마음대로 바꿔댔느냐. 이준석이 연판장을 돌렸느냐. 이준석이 누군가를 집단린치를 했느냐"며 "놀랍게도 이준석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정신 좀 차리라"고 맞받았다.
선관위 핵심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가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인데 후원회장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면서도 "후원회장은 당원이 아닌 일반인도 할 수 있으니까 일반인 자격으로 했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당원 자격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당원권이 정지돼있을 뿐"이라며 "후원회장을 맡는 것을 당원권의 행사로 봐야 하는지, 당규에서 여러 해석이 가능한 요소가 있어 조금 더 검토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