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 촉구"
현 정부가 원전 강화 정책을 펴면서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포화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1~2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와 함께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의 적기 건설 착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따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포화전망 설명회를 개최하고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 재산정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설명회는 국민, 지역주민, 전문가 등 3만4000명이 23개월간 숙의과정을 거쳐 도출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권고안(2021년 4월)의 취지를 고려해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및 포화전망 결과를 공개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진행됐다.
앞서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는 2021년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을 전제조건으로 발생량 및 저장시설 포화전망을 추산한 바 있다. 9차 전기본은 탈원전 정책을 폈던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계획이었다.
반면 이날 설명회에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수립된 제10차 전기본에 따라 ▲계획기간 내 운영허가 만료 설비의 계속운전 ▲신한울 3·4호기 준공(각 2032, 2033년) ▲원전 총 32기 가동(영구정지 원전 2기 포함) 등을 반영해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및 포화시점을 재산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포화 시점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 등의 저장필요량이 원전 본부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저장가능 용량을 넘어 더 이상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이 불가능해지는 시점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르면 경수로 7만2000다발과 중수로 72만2000다발 등을 합해 총 79만4000다발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21년 12월 기존 산정결과(63만5329다발) 대비 15만9000다발이 추가 발생한 것으로, 포화시점이 1~2년 더 단축될 것으로 산업부는 전망했다.
한빛원전 저장시설 포화(2030년)를 시작으로, 한울원전(2031년)과 고리원전(2032년) 저장시설이 순차적으로 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고준위폐기물 포화율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사업자인 한수원은 조밀저장대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간 간격을 줄여 전체 저장용량을 늘려왔다.
고리원전의 경우 기본계획 수립(2021년 12월)시에는 9차 전기본(2023년 고리 2호기 영구정지 가정)에 따라 고리 2호기 조밀저장대 설치를 검토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10차 전기본에 계속운전이 반영됨에 따라 여타 원전과 동일하게 고리 2호기에도 조밀저장대를 설치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설명회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의 안전성을 주제로 월성원전 건식저장시설 운영 현황, 해외 사례 및 안전 기준 등을 발표했다.
이번 재산정 결과에 대해 전문가 패널들은 조속히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저장시설 포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밀저장대 추가 설치,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제시했다.
이승렬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장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 문제는 장기간 난제로 남아있었으나 10여 년의 공론화를 거쳐 3개의 특별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만큼 이제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에 따른 지역주민들의 영구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제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장시설 포화로 인해 한시적으로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이 불가피한 바 주민들과 소통을 지속하고 설계 방향이 구체화되면 설명회·공청회 등을 통해 대규모 의견청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