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인터뷰
"제3금융중심지 확실한 준비 돼있다
잔여 임기 동안엔 민주당 입당 안해
단일화 요구는 유권자에 대한 불경"
4·5 전북 전주을(완산구 서신동·삼천동·효자동 일대) 국회의원 재선거가 45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업무상 횡령 등으로 의원직을 잃어 치러지는 선거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무공천을 결정했다.
17일 효자동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김호서 무소속 후보는 전주을 유권자를 향해 재선거의 이러한 의미에 주목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의원이 부정부패 수사를 받으며 3년간 방치됐던 전주을의 과제를 잔여 임기 동안 정상화하려면, 깨끗하면서도 지역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고 역량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호서 후보는 "이번 재선거는 부정부패에 연루된 이상직 전 의원의 당선무효로 치러지는 선거"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만 이 전 의원이 3년 동안 수사받고 재판받느라 하지 못했던 일들을 1년여만에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겠느냐. 그게 선거의 포인트"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후보는 전주을 지역구인 서신동에서 세 차례 전북도의원을 지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75.1%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된 직후에는 도의회에서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만 45세로 최연소 전북도의회 의장 기록을 갖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 후보는 "전주을에서 30여 년을 거주하면서 3선 도의원을 했고, 도지사들과 함께 고민하며 지역발전 전략을 수립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며 "의정활동의 핵심은 예산과 정책인데, 도의회 상임위원장도 했고 의장도 했기 때문에 그 어떤 후보보다도 확실한 준비가 돼있는 후보"라고 자임했다.
전북은행 재직한 유일한 금융인 출신
"제3금융중심지에 뭐가 들어가면
어떤 기대효과 있는지 완전히 준비…
금융중심지 육성 '1호 법안'으로 발의"
3년간 정체된 지역의 과제라면 △전주 금융중심도시 육성과 △교통난·주차난 해결이 대표적이다. 2020년 총선 후보자 공보물마다 들어간 내용이지만 진전이 없었다. 전북은행 재직 경력의 금융인 출신인 김 후보는 금융중심도시가 화두에 오르자 표정이 밝아졌다.
김호서 후보는 "전라북도 국회의원 열 명 중에 금융인은 내가 (당선)된다면 나 하나밖에 없다. 수십 년을 제1금융권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금융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박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은행에 근무하며 자금부 펀드매니저도 했고, 주식과 CP를 매매하며 수익을 내는 유통시장도 했으며, 과장 때에는 발행시장이라 해서 주식 증자와 신주 발행 업무도 담당했다"고 자신했다.
"제3금융중심지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고, 그에 따른 기대효과가 무엇인지 완전히 준비가 돼있다"는 김호서 후보는 제3금융중심도시 육성을 위한 내용을 담은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증권거래소부터 시작해서 많은 증권사와 투자사, 국민연금과 관련된 투자기관과 유통기관들이 전주혁신도시로 오는 게 추진해야할 목표인데, 인센티브가 있어야 오지, 없으면 오겠느냐"며 "수백조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이 그것을 매개로 인센티브를 주고, 우리 도는 부지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특별자치도법에는 국방·외교·사법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전북특별자치도법은 A4 용지 5매에 불과할 정도로 골격밖에 없는 실정이라 그 안에 제3금융중심지 설치와 운용에 관한 내용을 담겠다"며 "'1호 법안'으로 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부연했다.
선거 때마다 화두에 오르내리는 65만 전주시의 교통난·주차난 해법도 제시했다. 김 후보는 도청소재지급 대도시 중에 고속화도로가 없는 곳은 전주 뿐이라며, 잔여 임기 1년 2개월 동안 이를 위한 설계비를 국비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공약했다.
김호서 후보는 "대도시 치고 고속화도로가 없는 도시가 없다"며 "백제로에서 이서까지, 백제로에서 쑥고개까지 지하 고속화도로를 만든다면 도심에서의 병목으로 인한 교통체증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랜을 가지고 잔여 임기 1년여 동안 설계비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차난에 대해서는 "지역상인회를 조직하면 주차장을 마련할 때 국비로 70%까지 지원금이 나오는 조항이 있다. 나머지 30%만 도비·시비로 해결하면 되는 것"이라며 "부지가 문제인데 도의원으로 있을 때 서신동에 공원을 개복해서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다시 나무를 심은 전북 첫 사례를 만들었다. 신시가지도 그렇게 하면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선돼도 '무소속으로 잔여 임기' 확약
"'민주당 공천=당선'이라 호남정치가
개혁 안돼…목숨 걸고 의정활동 해서
다음 번에 유권자로부터 평가받겠다"
3선의 도의원, 최연소 전북도의회 의장으로 쾌조의 경력을 쌓고 있던 김호서 후보는 2012년 아픔을 겪었다. 총선 예비후보 중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었으나 민주당 공천에서 컷오프를 당했다. 애초부터 전업정치인이 아니었기에 이번 재선거에 출마하기까지 11년간 기업 경영에 전념했지만, 당시 체감한 정치개혁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갖고 있다.
김호서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민 세금으로 정당보조금을 어마어마하게 받고 있다"며 "왜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정당에 주느냐. 국민과 소통하면서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한 정책에 따른 예산을 집행하라고 보조금을 주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렇게 하지 않고 당리당략과 정치투쟁의 도구로, 사람을 동원하고 자기편을 밀어주는 도구로 쓰고 있지 않느냐"며 "특히 이곳 호남은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다보니 이런 것을 개혁하자는 올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컷오프를 시키고, 말을 잘 듣는 사람만 공천을 주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 이런 것을 개혁하는 게 내가 할 일이고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김 후보는 당선되더라도 바로 민주당에 복당하지 않고 잔여 임기를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겨뤄 유권자로부터 직접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인 선거판에서 공천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본선에서도 유권자들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돌려주겠다는 의지다.
김호서 후보는 "이번 재선거는 민주당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선거라 공천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그러한 결정을 존중할 책무가 있기 때문에 1년 2개월 동안은 민주당에 입당을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어 "민주당에도 총선을 대비해 공약을 준비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6~7명의 선량(選良)들이 있다"며 "내가 정말 목숨 걸고 열심히 의정활동을 해서 민주당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다음 번에 당선이 된다면 그 때는 당헌·당규를 지키면서 입당을 해도 문제가 없겠다. 민주당 공천 과정도 내가 당했던 아픔을 당하는 분이 없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쟁 무소속 후보는 당선 즉시 복당을 공언했다. 지역에서 민주당의 두터운 지지층을 고려하면 '당장 복당'을 공언하는 게 눈앞의 선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김 후보는 "나도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당선되자마자 복당한다고 하면 된다. 그러나 그런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이 의석이 부족해서 일을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잔여 임기만큼은 민주당의 당헌·당규를 존중하면서 무소속으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유권자들이 또 뽑아줄 것 아니냐. 그 때 당당히 입당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재선거인데 양심이 있어야지, 당선되자마자 민주당에 가겠다는 것은 정치인의 덕목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운천, 사퇴는 전북 의석 날리는 셈
임정엽, 전과 있는데…도덕성 하자로
치러지는 재선거 도전은 실수 아니냐
단일화 논의, 유권자에 대한 불경"
현재 전주을 재선거에는 임정엽 무소속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으며, 2016년 총선 때 이 지역에서 당선됐고 2020년에는 비례대표로 재선을 한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출마 여부를 최종 단계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호서 후보는 정운천 의원을 향해 "그분이 비례대표라서 전북 의원이 지역구 열 명에 그분까지 사실상 열한 명이 활동하고 있다"며 "사퇴하면 경북 출신 우모 씨가 의원직을 승계받는데, 전북 의석이 하나 없어지는 꼴이 아니냐. 임기를 채우고 다음에 '집권여당과 소통할 창구'라며 나온다면 일리가 있겠지만, 현역 의원이 임기 도중 사퇴를 하고 재선거에 나와 잔여 임기를 하겠다는 것은 헌정사에 유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임정엽 무소속 후보를 향해서는 "그분은 너무나 많은 선거에 출마를 해서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며 "이번 재선거 자체가 전임자의 도덕성 하자로 인한 재선거인데 폭처법과 알선수재 등의 전과가 있는 임 후보가 도전하시는 것은 실수가 아니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 김 후보는 지역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단일화 논의'를 작심하고 일축했다.
김호서 후보는 "임정엽 후보가 내게 직접 전화를 해서 만찬을 하자고 했는데, 나는 '지금 유권자 만나기도 바쁘고 정책공약을 개발하기에도 바쁘니 추후 필요하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정중히 거절했다"며 "각자 이상직 전 의원이 3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어떻게 1년 2개월 동안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유권자의 눈을 흐리는 단일화 논의는 절대 사양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공약도 다 발표하지 않았고 후보자 토론회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예비후보 공보물 한 장 발송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 간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무례이며 불경(不敬)"이라며 "특히 단일화의 타겟이라는 후보는 아직 후보등록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것을 가정해서 단일화를 하자는 것은 터무니 없는 논의이며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단일화에 대해 더 이상 내 입으로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도 않다. 이번 선거는 내가 완주해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선거판이 몇 차례나 엎치락뒤치락할 수 있는 시간이 남지 않았느냐. 무슨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기가 막힐 뿐"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