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성년후견 지속하는 것, 원고 복리 저해"
"자기 결정권 존중하는 '필요최소개입' 원칙 따라야"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로 직업선택 자유 침해당해선 안 돼"
"원고, 반복 학습 통해 일상 활동하는 중…자립 충분히 가능"
의사 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이라도 자립 여건과 의지를 갖췄다면 성년후견 종료가 가능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54단독 박원철 판사는 발달장애인 A씨(23)에 대한 성년후견을 16일 종료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년후견을 지속하는 게 오히려 A 씨의 복리를 저해한다"며 결정 이유를 밝혔다.
A씨 어머니는 2018년 법원으로부터 자녀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됐다. 성년후견은 장애, 질병, 노령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 관리나 신상 보호 사무를 지원하는 제도다.
A 씨는 이후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했지만 자격증을 받지 못했다. 현행법상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공무원, 변호사, 요양보호사 등 200여 개 직업을 가질 자격을 잃는다.
이에 A 씨 어머니는 성년후견이 오히려 A씨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종료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비록 의학적으로는 A 씨의 장애가 계속 있을지라도 A 씨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필요 최소개입'의 원칙에 따라 성년후견이 이뤄져야 한다"며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자격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은 발달장애인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소외도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 씨는 현재 반복 학습을 통해 출퇴근, 병원 진료, 조리와 식사, 물건 구입, 등산 등 일상 활동을 부모 도움 없이 하고 있다"며 "자립을 충분히 시도해도 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