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관심도 급증, 장제사가 되기까지... "단순 편자 맞추는 일이 끝 아니다"
현대 기술도 대체할 수 없는 것... "말과의 교감이 최우선"
마력(馬力)은 동력이나 일률을 측정하는 단위로 쓰인다. 오늘날 '왜 말이 끄는 힘을 두고 단위를 계산했는가'라는 질문에 답은 유구한 역사에 있다. 기원전부터 말은 인류 문명을 빠르게 발전시키는데 역할을 해왔다. 청동기 시대 유적층에서도 마골에 대한 보고가 있었지만 말 사육이 시작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문헌상 위만이 집권한 고조선 때 사마천이 집필한 사기(史記)에서도 한무제에게 말 5000두를 헌납한 기록이 말 사육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렇게 말은 인류 문명을 이끌어 왔다.
들판을 달리는 야생마들은 말 발굽에 편자를 신겨줄 필요가 없다. 자유롭게 달리면서 발굽이 갈리기 때문이다. 달리는 것에 유용되는 말들은 그렇지 않다. 편자를 신겨주지 않으면 발굽이 갈리다 속살에 상처를 입게 된다.
장제란 말 발굽에 편자를 신겨주고 자라난 발굽을 삭제해주는 일을 뜻한다. 편자를 신겨주면 발굽이 자라나는데 30일~45일 사이 주기적으로 장제해줘야 한다. 말과 교감하고 달래주는 일. 현대 기술이 발전해도 재래식 기술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사람과 교감 이룬 말, 아직 어색한 말
오전 7시 부산 렛츠런파크. 관광객들과 매주 만나는 말들은 처음 본 취재진을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말들은 사람과 많은 교감을 이룬 듯한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이후 말들은 새벽부터 편자를 갈아 신기위해 장제사를 기다린다. 장제사 주승태 씨는 말들의 표정만 봐도 그 기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말을 못하는 친구(말)다보니 작업을 하다가도 기분이 좋은지 안 좋은지 걸음걸이나 표정만 봐도 대강 알 수가 있어요. 오늘 얘가 난폭할 수도 있겠구나. 지루해 할수도 있겠구나 하고 달래면서 작업을 하죠. 편자를 맞추기 전에 기분도 먼저 알아차리고 교감해야 장제 작업도 수월히 할 수 있죠"
장제사로써 9년 차에 접어든 주씨는 초년 장제사 시절에 위험했던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업무에 대한 경험치. 교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유이기도하다.
"한번은 순한 말이라고 생각해서 끌고 나와서 묶어 놓고 편자 빼는 업무를 하는데 말이 앞발을 들어 올리는 바람에 아마, 3미터는 나가 떨어지기도 했어요. 업무를 시작한 지 초반이 잘 모를 때 이기도 하고 이 친구가 왜 이러는지 예상도 못해서, 이제는 한 달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들은 성격 파악도 되니까 어떤 부분에서 조심하기도 하죠"
■ 현대 기술도 대체할 수 없는 것... "말과의 교감이 최우선"
재래식 기술을 고수하는 데에는 발굽을 깎고 맞추기 때문에 기성 편자를 들여오더라도 다시 편자를 갈고 맞춰야한다. 몇 cm 차이의 철을 고르고 미세한 손 작업이 필요하다. 주씨가 망치를 가볍게 쥔 손으로 붉게 달군 편자를 두드릴때, 몇 번이고 밑 철판을 두드리면서 감각을 절제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말들 마다 발굽이 확실히 달라서 발굽을 처음보고 편자를 빼면서 발굽을 깎아주면 머릿속에는 이미 발굽이 그려져 있거든요. 노하우라기 보다는 현장 경험을 많이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돼죠."
주씨는 지난해 한국마사회장배 장제사챔피언십 대회에서 총 11가지 종목에서 2가지 종목에 참가했다. 하나는 뒷발 편자 작업을 맞추는 것과 마차 끄는 말인 '샤이어' 발굽에 편자를 맞추는 종목이었다. 샤이어는 상당히 큰 품종이라 발굽 크기가 다른 품종보다 몇 배는 거대하다. 주씨는 이 종목에서 1등을 차지했다.
"기존 다른 품종보다 샤이어의 말 편자가 상당히 크다보니 크기도 두배 넓이도 거의 두배가 되서 새로 구부리거나 뚫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힘이 많이 소요되고 정확한 망치질이 필요하다보니 그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업무를 하기에는 제한이 있다보니까 경험을 토대로 하다보니 입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경주마와 승용마의 발굽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편자를 갈아 신겨도 말이 하는 역할에 따라 편자 무게와 성질이 달라진다.
"경주마와 승용마를 스피드 스케이팅이랑 피겨 스케이팅으로 비교하시면 될 것 같아요. 경주마는 가벼운 신발을 신고 달려야 하기 때문에 알루미늄 편자를 신기고 승용마 같은 경우에는 쇠 편자로 신겨줍니다. 알루미늄이 가벼운 반면 내구성이 떨어져서 승용마는 경주마처럼 많이 달리지는 않아요. 그래서 신는 편자가 다 다르고 교체 주기도 달라요"
■ 젊은 층 관심도 급증, 장제사가 되기까지... "단순 편자 맞추는 것이 끝 아냐"
장제사로 생활한지 9년차에 접어든 주씨는 국내에 100명도 안되는 장제사 중 젊은 나이에 속한다. 최근 들어 장제사라는 직종이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면서 청년층들에 관심도가 높아졌다. 정년이 없는 직업인데다, 높은 연봉이 그 이유다.
"전에는 장제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가 만 19세였는데, 지금은 바뀌어서 나이 제한이 조금 더 내려갔다고 들었어요. 일단 실무가 무조건 돼야 자격증을 딸 수가 있는데, 필기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상당히 난이도가 있어요. 말에 대한 해부학이라 던지 말에 대한 법규 관련 공부도 해야 되고, 장제학은 물론 기본이고요. 말 관련된 것을 다 알아야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