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청구, 검사로서 해야 하는 일" [기자수첩-사회]

'정치검찰', '깡패'…모멸적 발언 들어가며 할 일 하고 있는 검사들

27일 체포동의안 통과 안 되면 검사가 제대로 일할 기회 자체가 사라져

이재명, 영장 심사서 결백 주장할 기회 얻어야…체포동의안 가결 필요한 시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에 대해 청구된 검찰의 구속영장 등과 관련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어차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텐데, 굳이 왜 하는 걸까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직전, 법조계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다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법조계 인사들의 생각은 간단명료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제기된 혐의나 의혹만으로도 일반인은 이미 구속됐을 것이라며,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특혜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치적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 질문이었기에 부끄러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면 대장동 의혹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 비리'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그 사안이 중대하고 엄정한 사건이다. 아무런 권력을 가지지 못한 일반인이 이같은 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면, 벌써 구치소에서 수의(囚衣)를 입고 있었을 것은 삼척동자가 봐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는 '정치검찰', '깡패', '오랑캐' 등 모멸적인 말을 들어가면서도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가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에 연루됐다는 관계자 진술이 있고, 수사당국이 확보한 물증도 있는 상황에서 이 모든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인물을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정치검찰'에 가까운 행동 아닐까.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역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특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그저 피의자 수사의 한 과정일 뿐이다. 비단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어떤 범죄와 관련해 사안이 중대하고,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것은 이제 대부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물론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아직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그저 의혹일 뿐이다. 이 대표 역시 정말로 억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말처럼 억울한 부분을 판사 앞에서 소명하면 된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사의 논리를 반박해 구속영장 기각을 끌어내는 것은 이 대표의 결백함을 증명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일 수 있다.

검찰은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약 1만 8500자를 할애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27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검사가 판사 앞에서 이 대표 구속 필요성을 주장할 기회도 사라진다. 검사로서 제대로 일할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운명의 날'이 밝았다. 국회는 검사가 검사답게 일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길 바란다. 이 대표가 판사에게 자신의 결백을 당당하게 주장할 기회를 얻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달라.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