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KB·SK 등…전담조직, 주주환원, 친환경 강화
지난해 말 아쉬운 평가 극복에 주주 어필 전략적 차원도
내달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증권가에 다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그 중요성이 부각된 것에 비해 업계 전반적인 실질적인 노력은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ESG 경영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는 ESG는 기업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 가치로 이미 부상한 상태다.
SK증권은 올 1분기 중 이사회에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4일 밝혔다. 지난 2021년부터 대표이사 직속 전담조직을 통해 ESG 경영을 추진해 온데 이어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해 ESG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ESG 경영체계 확립과 적극적 실천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역량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보다 하루 앞선 23일에는 미래에셋증권이 ESG 경영 강화 차원에서 2100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배당이 1234억원으로 867억원 규모의 자사주 1000만주도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주주환원성향 31.3%보다 높은 33% 이르는 수준으로 회사는 ESG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주주환원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ESG의 E에 해당하는 친환경 경영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초 보유 중인 경기도 용인시 연수원과 울산 남울산사옥에 각각 105킬로와트(kW)와 10kW 용량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준공했다.
연간 16만KWh 용량의 발전설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재생에너지를 통한 비용절감과 함께 탄소발자국 줄이기 등 넷제로(NET Zero) 경영 이행에 힘쓰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말 증권사들의 ESG 경영에 대해 다소 아쉬운 평가가 나왔던 터라 더욱 주목된다.
지난해 말 한국ESG기준원(KCGS)이 국제 기준에 맞춰 개정된 모범 규준을 평가모형에 반영한 ESG 경영 평가에서 ‘우수’를 의미하는 A등급을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현대차증권 등 단 3곳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ESG전문 리서치 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평가에서도 최고등급인 AA등급을 받은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등 2곳에 불과했고 다음 등급인 A등급 받은 곳도 삼성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 등 3곳 뿐이었다. 몇 년전부터 ESG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도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이에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ESG 강화에 나서는 한편 내달 정기 주총을 앞두고 이러한 모습들을 주주들에게 어필하려는 전략적 차원의 행보로도 풀이된다. 최근 주총에서는 행동주의펀드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도 주주 제안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리를 행사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ESG 경영 강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증권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025년부터 시행될 상장기업 ESG 의무공시제도의 대상과 공시 내용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ESG 금융 추진단 킥오프 회의에서 “공시·평가·투자로 이어지는 ESG 금융제도 전반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ESG 경영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된 만큼 이에 적극 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대형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형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업권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감돌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는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들도 ESG 경영 강화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규모와 여건의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며 “ESG 경영과 관련한 제도적 완비와 함께 맞춤형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