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초선 위주 소통 이뤄지다가
당내 기류 놓치고 상황 낙관 '아쉬움'
원내대표 경선, 4월로 당겨질 수도
비명계·친명계 물밑 움직임에 촉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대규모 이탈표 사태와 관련해 현 원내지도부 책임론이 대두하고 있다. 원내지도부가 친명(친이재명)계 위주로 소통하다가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분석은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40표 가까운 이탈표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박홍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원내지도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통의 방향이 친명계 초선 의원들로 기울어져, 의원단 내의 기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상황을 낙관했다는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3선이지만 1969년생으로 나이는 젊은 편이다. 또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광온 의원과 결선까지 간 끝에 당선되는 과정에서 최강욱 의원을 지지했던 친명계 초선 의원들에게 정치적 채무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아무래도 당내 중진의원들보다는 친명계 초선 의원들과 소통이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6월에 국회에 첫 등원해 원내 경력이 만 1년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3선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도부와 중진의원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아쉽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현 원내지도부에 대한 이러한 불만이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도 주목된다. 특정 계파에 편중되지 않고 폭넓은 당내 소통을 할 수 있으면서도, 특히 이재명 대표가 부족할 수 있는 당내 중진의원들과의 소통에 원활한 인사여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민주당 당헌 제55조 1항에 따르면 원내대표는 매해 5월 의원총회에서 선출한다. 다만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4월로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카운터파트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임기가 4월에 만료되는데다, 이번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로 원내지도부의 리더십에 흠집이 난 만큼, 빠르게 새 원내대표를 수습해 리더십을 복원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지난 2월 교섭단체대표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마 나로서는 마지막으로 원내대표로서의 연설이어서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 본인이 결단한다면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4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4선 중진 안규백 의원과 3선 박광온·윤관석·이원욱·전해철·홍익표 의원 등이 거론된다.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를 통해 확인된 확실한 비명 성향의 표는 40표에 가깝다. 정계개편시 원내교섭단체를 충분히 구성할 수 있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이지만 169석 민주당 내에서는 소수다. 비명계·범비명계로 분류되는 후보들 사이에서 물밑 교섭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친명계 일각은 홍익표 의원을 차기 원내대표로 지지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지난해 자신의 지역구를 민주당 험지인 서울 서초을로 옮기는 '선당후사' 결단을 보여주면서 차기 원내대표로 향하는 명분을 쌓아왔다.
지난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 직후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내 의원들 간의, 의원들과 당원·지지자들 간의 신뢰 위기가 신뢰 붕괴로 가서 더 큰 분열과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때"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차분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를 출사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4년 임기 중 마지막해를 맡는 원내대표 경선은 원래 치열했다"며 "이번 경선은 이재명 대표가 만약에 사퇴하거나 구속되는 등 유고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원내대표가 당대표권한대행을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더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