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폭 큰 곳은 농협·하나銀 순
KB국민은행이 대출 차주들의 금리인하 요구에 응해 감면해 준 이자가 5대 은행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가장 큰 여신 규모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소비자에 대한 이자 감면에 가장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금융소비자의 금리인하요구권을 받아들여 이자를 깎아 준 금액은 7억3100만원으로 신한·국민·하나·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 중에서 가장 적었다.
해당 금액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건수 중 실제로 금리를 낮춰 이자를 감면해준 금액이다. 금융소비자는 취직·승진·소득증가 등을 근거로 금리를 낮춰 달라고 은행에 인하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이자 감면액이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으로 총 62억4700만원을 깎아줬다. 그 다음 우리은행이 37억4800만원, 하나은행이 28억2900만원, 농협은행이 11억5400만원을 각각 감면해줬다.
일상 생활에 밀접한 가계대출 이자감면액을 봐도,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이자감면액이 38억3500만원으로 가장 컸다. 그 다음 ▲우리은행(30억6000만원) ▲하나은행(21억5600만원) ▲농협은행(9억7100만원) ▲국민은행(6억7200만원) 순이다.
깎아준 금리로 보면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가장 높았다. 이들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인하 금리 폭은 0.40%포인트(p)였다. 농협은행의 경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금리 인하 폭은 각각 0.40%p, 0.29%p였고,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기업대출 금리 인하 폭은 각각 0.36%p, 0.30%p였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인하금리는 0.20%p로 그 다음을 차지했고, 우리은행이 0.12%p로 가장 낮았다.
이는 단순히 금리인하 요구를 받아준 '수용률(수용건수/신청건수)' 순위와는 다른 결과다. 5대 은행에서는 농협은행(69.3%), 우리은행(37.9%), 국민은행(36.9%), 신한은행(33.0%), 하나은행(26.9%) 순으로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이 높았다. 수용률 1위였던 농협은행은 이자감면액 순위에서는 뒤에서 두번째다. 수용률이 가장 낮았던 하나은행은 이자감면액 순위에서는 중간을 차지했다.
금리인하 요구 공시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해, 6개월마다 공개하고 있다. 최근 금융사가 금리인하 요구권을 소비자들에게 열심히 독려해 신청 건수가 많아질수록 수용률 지표가 낮아져 '통계의 왜곡'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당국은 이번 공시부터는 인하금리와 비대면 신청률을 함께 발표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국민은행 대출 금리에 따른 차주들의 영향이 그만큼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여신 잔액 규모는 327조6857억원이다. 신한은행(280조3258억원), 하나은행(272조8970억원) 등과 비교하면 큰 40조원 넘게 차이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 달리 대출 금액이 큰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등급이 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아 금리인하요구권 대상이 아니다"라며 "신용대출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찰청 대출 등 협약대출과 집단신용대출 또한 등급별 차별 없이 최저 신용원가 적용돼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와 금액이 다른 은행보다 적은 결과로 나타났다"며 "은행마다 금리 운영체계가 다른데 따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