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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소주값’…주류업계 “9년간 출고가 고작 200원↑, 물가 인상 주범 억울”


입력 2023.03.07 06:48 수정 2023.03.07 06:48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업계 출고가 22% 인상하는 동안 식당 가격 66% 올라 3배 차이

“단순 판매 아닌 서비스 비용 포함” 외식업계 입장도 이해

6000원 심리적 장벽 높아…매출 감소 우려에 인상 어렵단 분위기도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소주값 논란이 한창이다.


‘소주 1병 6000원’ 시대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면서 물가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고, 제조사인 주류업계는 난감한 입장이 됐다. 외식업계에서는 찬반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소주는 수십년간 ‘서민의 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소비자들과 가장 밀접한 상품 중 하나다. 때문에 연초부터 시작된 소주 가격 인상을 놓고 여론의 반응도 뜨겁다.


먼저 제조사인 주류업계 입장을 들어보면 소주가 소비자 물가 인상의 주범이란 시선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작년 원재료인 주정값과 병뚜껑 가격이 오른데 이어 올해는 빈병 가격이 상승하는 등 원부재료 상승이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소주 출고가는 지난 9년간 20% 남짓 올랐다. 다른 가공식품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월등히 적은 수준이다.


참이슬(360ml) 1병의 출고가(세금 포함)는 2014년 1분기 말 961.7원에서 2023년 현재 1166.6원으로 21.3% 올랐다. 같은 기간 처음처럼(360ml) 1병의 출고가(세금 제외)는 946.0원에서 1162.7원으로 22.9% 상승했다. 연평균 2.3~2.5% 상승한 수준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2020~2021년) 한국의 식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5.2%를 기록, G5 평균(1.7%)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곡물 등 영향이 반영된 탓도 있지만 최근 2년간 수차례 가격을 인상한 가공식품에 비해 소주는 작년 2월 약 3년 만에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반면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2014년 1분기 3000원에서 현재 5000원으로 66.7% 올랐다. 22% 수준인 소주 출고가 인상률과 비교하면 3배가량 더 높다.


외식업계에서는 인건비 등이 포함돼 소주 매입비용에 비해 판매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 식당이나 주점에 들어가는 영업용 소주 1병은 보통 1600~1800원 수준이다. 5000원에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매입 가격 대비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는 가정용 소주의 경우 다른 상품처럼 판매하면 그만이지만 외식 현장에서는 서빙, 설거지 등 서비스 비용이 포함돼 동일하게 가격을 매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업장마다 점주의 판단으로 가격을 책정하다 보니 결국엔 소비자 선택의 몫이란 주장도 나온다. 강남, 홍대 같은 주요 상권에서는 병당 1만원을 받아도 손님들이 몰리고, 3000원을 받아도 손님이 찾지 않는 식당이 있다는 논리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기구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식당 소주 가격도 식품가격 인상과 비슷하다”면서 “1등 기업이 올리면 따라 올리는 것처럼 지역에서 제일 장사가 잘 되는 가게가 올리면 주변 식당도 따라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옆 가게에서는 6000원을 받는데 나만 5000원을 받으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며 “인건비나 식자재 비용이 올라도 음식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은데 소주 가격을 올려서 일부 나마 이를 보상받으려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소주값 논란을 두고 외식업계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가격 책정은 점주의 판단이고, 선택은 손님의 몫’이라는 주장과 6000원은 소비자 심리적 장벽이 커 일반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으로 나뉜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소주 가격 인상과 더불어 식당 판매가격 인상에도 대부분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분위기였지만 6000원이라는 가격에 대해서는 반발심이 더 큰 것 같다”면서 “가격을 올렸다가 오히려 손님이 감소할 수 있어 고민이라는 점주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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