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종전 결정과 동일 범죄면 잠정조치 재청구 불가"
대법 "스토킹, 자발적 중단 어렵고 갈수록 정도 심해져…강력범죄 비약 가능성"
"재발 우려·피해자 보호 위해 잠정조치 필요…미허용시 새로운 범죄 기다리는 결과"
스토킹범의 범행 재발 가능성이 있다면 피해자 접근금지 잠정조치 기간이 끝났더라도 조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검사가 청구한 '잠정조치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항고를 기각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스토킹 혐의를 받는 A씨에게 2022년 7월부터 9월3일까지 피해자와 피해자 주거지 100m 이내에 접근하거나 전기통신수단으로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조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같은 해 9월8일 검찰은 A씨에 대한 잠정조치를 재청구했지만, 원심은 "종전 잠정조치 결정과 같은 스토킹범죄를 이유로 다시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대법원은 다시 심리·판단해야 한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스토킹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다시 잠정조치를 명할 필요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은 "스토킹 행위는 행위자가 감정이 해소되기 전에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고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시간이 갈수록 정도가 심각해지는 경향과 강력 범죄로 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스토킹 처벌법에서 '스토킹 행위'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 유형도 있다고 봤다. 스토킹 행위자가 원래 피해자가 아닌 제3자에게 추가 스토킹 범죄를 예고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이 같은 정황으로 범죄 재발 우려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접근금지 잠정조치가 필요한 경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접근금지 잠정조치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잠정조치를 위해 새로운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기를 기다리도록 요구하는 결과에 이른다"고 부연했다.
다만 대법원은 동일한 스토킹 범죄로 추가 잠정조치를 내릴 경우엔 재발 우려와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따져 2개월씩 두 차례만 연장할 수 있다는 기준을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