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서민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도입한 착한가격업소 제도가 위기를 맞았다. 서민들 얇아진 지갑을 위로해준 ‘착한가격업소’가 고물가·금리·환율 ‘3고(高)’ 여파가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1년 소비자물가가 4%대까지 급등하자 개인서비스 요금 안정을 위해 착한가격업소 제도를 도입했다. 가격·위생청결도·친절도·공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되면 상하수도 요금 감면 혜택, 물품 지원 등을 제공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0개월 만에 5% 이하로 떨어졌다. 다만 고추와 양파 등 농수산물 상당수가 20~30% 이상 오르면서 여전히 식자재 가격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달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요금도 크게 올랐다. 당장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추가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재정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언제든 추가 인상할 수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빵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가격이 오른 것도 있지만 이전부터 밀가루 가격은 너무 많이 올랐다”며 “소비자가를 올리면 손님들이 부담을 느껴 판매에 영향이 미칠까 두렵다”고 말했다. A씨는 향후 원자료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를 5% 인상할 계획이다.
고물가에 미용실도 요금을 올리고 있다. 세종시 한 미용실 원장 B씨는 “커트 요금을 13900원에서 지난 1월에 16900원으로 어쩔 수 없이 인상했다”며 “염색에 쓰이는 재료비는 40% 넘게 비싸졌고 직원 인건비, 관리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이발소도 사정은 비슷했다. 물가는 한없이 높아져 가는데 이용 요금을 올렸다가 단골이 끊기면 어쩌냐고 했다.
정부는 올해 착한가격업소 활성화를 위해 국비 15억원, 지방비 37억원 등 총 52억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지원비용도 업소당 평균 45만원에서 85만원으로 늘렸다.
정부가 지원금을 늘리며 착한가격업소 붙잡기에 나섰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듯하다. 전문가들은 업소에 대한 지원만 고수할 게 아니라 전체적 상황을 고민해 다양한 방법의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계속된 경기침체에 착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라며 “정부가 현금성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방송을 통한 홍보, 유통 가격 인하 등 착한 사업자가 정말 필요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