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하나은행 적자 기록
中 고강도 방역 정책 영향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중국법인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KB국민·하나은행은 적자를 면치 못하며 고전했다. 중국이 '제로(0) 코로나'를 표방하며 강력한 봉쇄 정책을 고수해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한·우리은행은 비교적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대출 부실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충당금을 적게 쌓으면서 이익 감소 폭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은행의 중국법인들 가운데 국민·하나은행은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했고, 신한·우리은행은 비교적 선방했다.
우선 하나은행의 실적 타격이 가장 컸다. 하나은행 중국법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100% 자회사)'는 지난해 순손실로 971억9100만원을 기록했다. 1년 전 571억41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에서 적자전환했다.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는 지난 2007년 12월 중국 내 무역금융, 예수금 등의 업무를 위해 북경에 설립됐다. 현재 중국 북경에 현지법인 1개와 베이징·상하이·광저우·동북3성 등 자지점 24개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법인 '국민뱅크차이나(100% 자회사)'는 지난해 순손실로 8억69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140억6400만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순이익이 각각 124억6200만원, 139억67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부진이 크다. 국민뱅크차이나는 중국 북경에 현지법인 1개와 자지점 5개(북경·광저우·상해·하얼빈·쑤저우)를 갖추고 있다.
이들의 실적 부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강력한 방역 정책 때문이란 진단이 나온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주요 경제 도시들을 장기간 전면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의 중국 지점들도 영업이 중단되는 등 경영 여건이 극도로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또 도시 봉쇄에 따라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서 충당금을 더 많이 설정한 필요가 생긴 것이다.
반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신한은행 중국법인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100% 자회사)'는 지난해 순이익으로 457억300만원을 올렸다. 1년 전(139억3800만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부실 여신 회수 등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손비용이 축소된 영향으로 은행 측은 분석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994년 천진분행을 열고 중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2008년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를 설립해 현지법인 체제로 전환했다.
우리은행 실적도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 중국법인 '중국우리은행(100% 자회사)'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전년(128억9100만원)보다 178% 증가한 358억600만원을 올렸다. 지난해 충당금을 전년보다 적게 설정하면서 이익이 증가한 것이란 설명이다. 중국우리은행은 현재 북경·상해·심천 등의 영업부를 포함한 22개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다. 예금과 대출 관련 상품뿐 아니라 인터넷뱅킹·직불카드·위안화 국제결제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당분간 국내 은행들의 중국법인 실적은 개선세를 나타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중국이 5% 이하를 제시한 건 1994년 이후 처음이며, 시장 기대치(5~5.5%)보다도 보수적인 수준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부실 대출 리스크도 여전한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도 경제 개선에 대한 자신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중국법인) 실적이 좋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