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태 혁신위원장 "다양한 제안 취합 정리하는 수준"
진화에도 비명계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겠나" 비판
당 청년들도 "애초에 사안 논의한 것 자체가 이해 안돼"
더불어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가 '당헌 80조' 삭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고, 당내 청년들도 "방탄정당으로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혁신위는 당헌 80조 삭제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 당헌 80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이던 2015년 만들어진 조항이다.
해당 규정은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를 둬 이재명 대표의 기소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맞물려 방탄 논란이 일었던 규정이다.
장경태 혁신위원장은 이날 당헌 80조 삭제 관련 의견이 제기됐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제안이라고 해 꼭 논의하거나 모두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제안을 취합 정리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위가 현재는 검토 전 단계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당헌 80조 삭제와 관련한 비판은 당내에서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당내 대표적인 비명계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나"라며 "솔직히 말해 당 내부에도 신뢰 관계가 지금 많이 훼손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당헌 80조 삭제 논의가 실제 이뤄진다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청년들도 반발에 나섰다. 2015년 당시 당헌 80조를 만든 혁신위원이었던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실제로 부정부패 정치인이 나왔을 때 법원 판단까지 기다리자며 시간 끄는 정당에게 신뢰를 줄 수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혁신을 후퇴시킬 것인가로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것은 혁신의 이름을 빌린 낡음이고 구태"라고 말했다.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비서관도 "아무리 아이디어 차원이고 확정된 바가 없다고 하나, 애초에 혁신위에서 이런 사안을 안건으로 논의한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지난번 당헌 80조를 일부 수정할 때도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이 원칙을 저버리고 꼼수를 쓴다는 비판과 제식구 감싸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기억하지 못하시냐"고 꼬집었다.
박 전 비서관은 "지금은 당의 혁신이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위기의 상황임에도 가시적인 변화는 없는 지금, 당헌 80조 삭제 논란은 불필요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님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권지웅 전 비대위원은 "현 시점에서 당헌 80조 삭제는 방탄 정당 논란을 자초할 뿐"이라며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가 명시한 당헌을 지키면서도 부당한 공격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