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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가전, 부품 줄줄이…지난해 삼성·LG 생산 잇따라 축소


입력 2023.03.20 11:08 수정 2023.03.20 15:29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가전·TV·휴대폰 등 지난해 가동률 감소…재고자산은 兆 단위 증가

수요 부진+원자재가 상승에 기업들 타격…"하반기부터 반등 기대"

LG 올레드 에보(모델명: G3)가 집 안 공간에 조화롭게 배치된 모습.ⓒLG전자

경기 침체로 재고가 늘어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일제히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고, 에어컨, TV, 휴대폰 등 완성제품 뿐 아니라 반도체, 전장부품 물량도 줄줄이 축소했다.


이 기간 원재료 평균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기업들은 올 상반기까지는 재고 관리, 원가 절감 노력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주요 LG 계열사들은 재고 증가로 지난 1년간 사업 부문별로 많게는 27.6%p까지 가동률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의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가전을 담당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가동률은 22%p 이상 하락했다. 작년 가동률은 냉장고 103.6%, 세탁기 84.3%, 에어컨 96.2%로 전년과 견줘 각각 22.5%p, 22.5%p, 14.2%p 떨어졌다.


이 기간 TV 담당 HE(홈엔터테인먼트) 가동률도 지난해 96.6%에서 올해는 81.2%로 15.4%p 추락했다. PC·모니터 등 IT 제품을 담당하는 BS(비즈니스솔루션) 가동률은 27.6%p 줄어든 100.1%다.


LG전자 자회사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생산량도 7억6912만2000개에 그치며 평균가동률이 69.8%에서 56.9%로 쪼그라들었다.


LG디스플레이도 수요 절벽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주 매출처인 TV, IT, 모바일 산업 부진에 지난해 말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을 생산하는 파주 P7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작년 구미·파주·광저우 사업장의 생산실적은 639만장으로 전년과 견줘 21.3%p 미끄러졌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및 금리 인상으로 소비둔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재고가 늘었고, 이는 기업들의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요 사업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TV·모니터 등 영상기기 가동률은 75.0%로 1년새 6.4%p 줄었다. 휴대폰(HHP)은 69.0%로 12.5%p 감소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도 부진을 피해가지 못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DB하이텍의 지난해 3분기 가동률(부천·상우 Fab)은 94.96%였으나 같은 해 12월 7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혹한기로 막판 생산 조정에 나선 것이다.


2023년형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 제품ⓒ삼성전자

글로벌 전역에 불어닥친 수요 침체로 주요 기업들이 궁여지책으로 생산을 줄이고 있지만, 워낙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재고가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정비 부담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실제 대기업들의 재고는 눈에 띄게 늘었다. 삼성전자의 작년 말 재고자산은 52조1879억원으로 전년 41조3844억원과 비교해 약 11조원이나 증가했다. 이중 반도체 사업인 DS 부문은 재고자산은 12조원 증가한 29조원에 달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전체 재고 중 절반 이상이 반도체 재고라는 의미다.


삼성디스플레이(SDC)도 재고자산 규모가 2조1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삼성전기 재고자산은 전년 보다 830억원 늘어난 1조9000억원을 나타냈다.


이 기간 LG이노텍 재고자산은 1조9776억원으로 전년과 견줘 42.4% 급증했다.


반면 철강, 패널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은 눈에 띄게 상승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steel) 평균 가격은 2021년과 비교해 22.8% 상승했으며 레진(Resin) 평균 가격은 21.7% 올랐다. 구리(copper) 평균 가격은 42.6% 뛰었다.


LG이노텍이 생산하는 카메라모듈의 주 원재료인 이미지 센서 평균가격 역시 지난 1년간 42.1% 상승해 기업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


기업들은 재고 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수요 둔화·원자재가 급등을 극복하지 못하며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으로 조 단위 적자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소비심리 악화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가 판매가격은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S.LSI(반도체공정설계) 부문도 업계 재고 조정에 따른 제품 판매 부진으로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다.


웨이퍼 컷팅 등에 쓰이는 반도체 제조 공구. ⓒ뉴시스

기업들은 올해 시급하거나 꼭 필요한 투자가 아닌 경우 일정을 연기하거나 투자 규모를 줄이는 수순을 밟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 보다 절반 이상 축소하겠다고 했다. 작년 투자 규모는 10조원 후반대로 추정된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감산도 실시한다.


삼성전자·LG전자는 프리미엄 수요를 정조준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LG전자는 "TV 시장은 올 상반기까지는 수요 회복 지연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하반기부터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요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전 부문은 신규 카테고리 제품 개발, 브랜드 투자를 통해 성장 동력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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