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北 불법 도발 표현 삼가
尹정부, 한미일 안보협력 강조하되
3국 연합훈련 표현엔 거리두기
"북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임기 내 대북성과에 올인했던 문재인 정부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했다. 탄도미사일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미상 발사체'라는 표현을 고집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금지돼있다. 안보리 결의는 국제법인 만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불법 도발로 자동 분류된다.
한데 문 정부는 불법 도발을 규탄하긴커녕 도발이라 부르지도 않았다. '군사행동' '위협' 등의 표현을 활용해 유감을 표하는 데 그쳤다. 불법 도발을 정당한 국방력 강화 조치로 인정해달라는 북한의 '이중기준 철회' 궤변을 사실상 수용한 셈이다.
문 정부가 대북 협상 재개를 모색하며 애지중지했던 '홍길동'은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숙청됐다. 미상 발사체는 탄도미사일이라는 제 이름을 찾았고, 북한 도발 시 규탄 메시지도 빠지는 법이 없다.
북한에 대해선 맺고 끊음이 확실한 윤 정부지만, 어물쩍 넘기려는 분야가 없는 건 아니다. 한국의 최대 난제인 중국 문제와 한미일 안보 협력 이슈가 대표적이다.
윤 정부는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이 중요하다면서도 '한미일 연합훈련' 표현엔 거리를 두고 있다. 한미와 미일은 각각 동맹을 맺고 있지만, 한일은 미국을 고리로 힘을 합치는 관계라 동맹 수준의 연합훈련으로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국민감정 등을 고려하면 일본과의 군사관계를 어디까지 심화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다만 3국 훈련을 연합훈련으로 규정할 때 파생되는 '긍정적 효과'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일찍이 오커스(AUKUS)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오커스는 미국·영국·호주가 결성한 안보동맹으로,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
오커스 3국은 지난해 제각각 일본의 오커스 참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정부가 부인하긴 했지만, 3국이 일본과의 군사관계 강화를 원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오커스 가입국들이 한국에도 같은 제안을 했다는 이야긴 들어보지 못했다. 한국은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협력체인 쿼드(Quad)에서도 빠져있다. 미국의 에두른 참여 제안을 문 정부가 거절했다. 미중 사이에서 독자 운신 폭을 갖겠다는 의도였지만, 미국의 '동맹 방기'와 중국의 '약한 고리 공략'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윤 정부는 국내 정치적 부담을 안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결단했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따로 굴러가는 것보다 한미일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한미일을 하나로 꿰는 표현은 '민주적 가치 공유국'이지만, 3국의 영향력은 막강한 군사력에서 비롯된다. 주변국들이 3국 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중국 견제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때문에 한미일의 군사분야 공조 강화가 한미 연합훈련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방어적 성격의 훈련인 만큼, '유일한 동맹(미국)'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이웃(일본)'과도 북한 핵공격을 억지·대비하겠다는 의지를 한미일 연합훈련이라는 표현으로 강조할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한미일의 군사적 상호보완성이 높아질수록 한일은 '바늘'과 '실'의 관계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오커스 확대를 추진하면서 한국을 쏙 빼고 일본만 끌어당기긴 어려울 거란 얘기다. 최근 캐나다가 한미일과 4자 협력체를 꾸리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