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 시대에 유독 뮤지컬계는 영상을 공개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이는 뮤지컬 팬들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뮤지컬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젠 안방에서도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환경의 변화가 뮤지컬계의 변화를 부추겼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해외 OTT 넷플릭스가 먼저 뮤지컬 공연 실황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이후 국내 OTT인 티빙, 웨이브, 왓챠 등에서도 뮤지컬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공연을 영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뮤지컬계에서도 영상화 작업이 활발히 이뤄진 영향이 크다.
기존의 박제 영상은 기본적으로 홍보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일부 캐스트의 한 넘버를 올리거나, 편집된 짧은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뮤지컬 업계가 OTT의 활로를 뚫으면서 자연스럽게 유료 콘텐츠로서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티빙에서는 ‘팬텀: 더 뮤지컬 라이브’ ‘베르테르’ ‘몬테크리스토’, 웨이브에서는 ‘투란도트’ ‘베르나르다 알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미스 사이공’ ‘안나 카레리나’ 등의 공연 실황이 공개됐고, 넷플릭스에서도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디즈니플러스에서는 ‘해밀턴’ 등의 공연 실황 공개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TV플러스를 통해서도 ‘슈미가둔’과 ‘컴 프롬 어웨이’, 왓챠를 통해 ‘이퀄’ ‘태양의 노래’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앞서 ‘잃어버린 얼굴 1895’ ‘베르테르’ ‘호프’ 등의 작품이 네이버 라이브 채널과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송출하면서 공연계의 영상화가 시작됐다. 특히 기존 공연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는 방식에서, 온라인용으로 별도 촬영·제작한 콘텐츠가 생겨나기도 했다. 영상 송출을 위한 별도 제작한 뮤지컬들에 대한 호응이 이어지자 뮤지컬계는 본격적으로 영화관과 손잡고 공연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CGV에서 개봉해 약 한 달간 스크린에 걸렸던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는 총 1만7264명(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동원했다. 기존 상업영화의 관객수와는 비교 불가하지만, 일반 상영관용은 무론 4DX로도 개봉해 코로나19로 객석 운영에 제한이 큰 상황에서 다른 통로로의 관객 확보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수치로 평가됐다.
현재 뮤지컬이 OTT에 공개되는 상황은 이 같은 과정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OTT를 통해 공개된 대부분의 국내 작품의 경우 이미 영화관 상영을 위해 한 차례 영상화가 진행된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로 꾸준히 유료 관객을 만들어낼 방법으로 OTT를 선택한 셈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계는 오래 전부터 영상화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특히 최근 OTT에 뮤지컬을 송출함으로써 공연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앞서 공연계의 영상화는 코로나 시대의 대안으로 비춰졌지만, 또 하나의 부가 콘텐츠 사업이 될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뮤지컬 시장의 외연을 확대, 문턱을 낮춤으로 해서 공연장으로 관객을 유입시키는 방향의 소비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