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 안팎, ‘비례’는 폐지 수준으로 고쳐야
의원 스스로 절대 못 줄여…“여론조사로”
월급과 각종 지원금 절반만 줘도 많아
위성 정당 출신 21대 비례대표 최악
독일에서 날아온 의석수 감축 소식이 우리를 부럽게 한다.
이 나라 연방 의회 하원(Bundestag) 연립 3당은 하원 정수를 현재 736석에서 630석으로 100석 이상 줄이는 선거법 개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의원들 스스로 자기네 밥그릇 숫자를 자른 것이다.
잘라낸 의석은 비례대표 몫이다. 독일은 지역구(299석)와 연동형(득표율 비례 배분) 비례대표제(331석)를 거의 동수로 갖는 혼합형 선거제다. 우리는 ‘비례’ 개혁이 강력히 요구되기에 독일의 이 뉴스 의미가 특별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의장 김진표부터 선거제 바꾸는 일을 추진하는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까지 의원 수를 늘리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욕먹을 짓을 사서 하는 뚱딴지들 같다.
정개특위의 3개 개편안은 김진표가 전달한 의장실 안들과 비슷하다. 2개가 총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는 안이고, 3개 모두 비례는 50석 정도가 많아진다. 국민들 정서와는 반대 방향이다.
여당의 새 대표 김기현은 그 여론에 부응해서 반대 깃발을 들었다.
김진표와 민주당은 비례대표제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정치 개혁을 든다. 지역 구도와 진영 대결 완화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말을 듣는 21대 들어와 ‘최악’ 딱지가 붙은 저질, 논란 의원들 중에 유난히 비례대표 출신들이 많다. 김진표와 민주당은 “저런 비례 의원들이라면 차라리 없애 버리는 게 낫다”라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을 설득 시킬 수 있나?
2019년 12월 27일은 ‘동물 국회’(위 사진)가 마지막으로 열린 날이다. 레슬링 격투, 욕설, ‘빠루’... 21대에는 이런 물리적 추태는 사라졌으나, 이보다 내용적으론 더 나쁜 코미디 대행진과 발목 잡기, 방탄으로 최악이 됐다.
이날 밤 자유한국당만 빼고 범야 야합(4+1당) 의원들이 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이때 탄생한 괴물이 준 연동형 비례제라는 것이었고, 이 괴물에 희생되지 않으려고 보수 야당이 만든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이 미래한국당이었다. 민주당도 시민단체들을 앞세워 더불어시민당을 출산했다.
4.15 총선 결과 두 위성 정당이 비례대표 몫 의석을 싹쓸이했다. 총 47석 중 더불어시민당 17석+열린 민주당 3석=20석, 미래한국당 19석으로 80%를 가져갔다. 나머지는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이었다.
비례대표제 의미가 없어져 버렸는데, 문제는 의석만이 아니었다. 원래 시나리오대로 민주당과 합당했거나 그 2중대가 된 ‘위성 비례’ 출신들이 하나같이 ‘역대 최악’ 21대 국회의 주역들로 활약한 것이다.
윤미향, 최강욱, 김의겸, 신현영, 양정숙, 전용기, 권인숙, 용혜인…. 가짜 뉴스 선동, 뇌물이나 부동산 의혹, 막말, 국회의원 갑질 등 추악한 금배지들로 언론을 타면서 비례대표제 폐지 여론을 드높였다. 시대정신 조정훈 정도만 ‘비례 값’을 하고 있다.
현행 47명인 비례 정수는 대폭 줄이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 자업자득이다. 정의당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당 자매 정당으로 거수기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이재명 체포동의안 등은 예외). 다양한 국회 이념 스펙트럼을 위해 필요하다면 군소 정당 몫 10석 정도 남기면 된다.
이렇게 해서 의석을 250개 안팎으로 줄일 수 있다. 지역구는 현재 17만명당 1명인 의원 수를 미국(60만명)의 절반 이하인 25만명당 1명으로만 줄여도 50명 다이어트가 가능하다. 그러면 비례 40을 합해 90명이 없어져 210명 정원이 된다. 그래도 홍준표가 주장하는 80명의 약 3배다.
바른 소리 잘하는 조경태도 비례대표 폐지와 의원 정수 감축을 주장했다.
국민들의 요구는 국회의원들이 수준을 갖춰 밥값을 제대로 하라는 것이며, 그 밥값(연봉 1억5000여만원)이 현재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
국민소득의 3.4배다. 약간 더 많이 받는 미국, 독일이나 덜 받는 영국, 프랑스, 일본 모두 자기 나라 국민소득의 2.1~2.5배 수준이다.
연봉만 많은 게 아니다. 각종 지원금, 수당, 활동비, 보좌진 인건비 등 연간 약 7억5000만원이 국민 세금으로 나간다. 월급과 이 돈을 절반으로 깎아도 다른 선진국들의 몇 배다. 북유럽 나라들은 의원 2명이 비서 1명을 공유한다지 않는가? 어느 나라 의원이 일을 더 열심히 하는지는 우리가 다 안다.
하버드 판사 출신 민주당 의원 이탄희가 받는 돈(지원금 말고 월급만)을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물론, 정수 확대를 위한 여론전 일환이긴 하다.
국회의원 정수와 연봉(지원금 포함) 줄이는 걸 반대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다. 이 ‘혁명적’ 법 개정을 국회의원 스스로 할 가능성도 전무하다. 독립적인 위원회 구성 또한 의원들 반대와 간섭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이다. 0.73% 차의 대통령도 여론조사가 뽑았다. 대선 전 실시된 기관들의 최종 여론조사 결과는 윤석열-이재명이 1% 포인트 미만 차이를 보인 초박빙이었다.
여론조사 방식을 민주당 의원 다수가 반대한다면, 그들이 반(反) 정치 개혁 범인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