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건 주문 시 3~4건은 포장 주문”
소비자 “포장 시 서빙, 설거지 등 비용 절감…포장비 부당”
외식업계 “식재료 등 각종 비용 상승…누적 시 감내하기 어려워”
코로나19 엔데믹 전환과 고물가 여파로 배달 대신 포장 주문이 늘고 있는 가운데 포장용기 비용을 둘러싸고 소비자와 외식업계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포장 주문 시 할인을 기대하는 소비자와 포장비를 별도로 요구하는 업주 간 다툼이 늘면서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28일 빅데이터플랫폼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 앱 3사의 월간 이용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8.5%(664만명) 감소한 2922만명으로 조사됐다. 올 1월 이용자 수가 작년 1월 대비 16.6%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감소폭이 더 확대된 것이다.
엔데믹 전환으로 야외활동이 늘면서 매장을 이용해 식사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다 고물가 속 배달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가뜩이나 음식값도 오른 상황에서 보통 3000~4000원 수준의 배달비까지 지출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게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포장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앱 주문 10건 중 3~4건이 포장 주문일 정도로 수요가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포장 수요만큼 소비자와의 갈등도 커지는 모양새다. 포장 시 용기 비용을 별도로 요구하는 점주와의 갈등이 핵심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부담하지 않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만큼 반발이 큰 상황이다. 보통 500~1000원 정도지만 식탁물가 상승으로 고민이 큰 소비자로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부분인 셈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한모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포장하면 오히려 가격을 1000~2000원씩 할인해주는 곳이 많았는데 오히려 비용을 받는다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매장에서 먹으면 서빙, 설거지 등 인건비가 더 들 텐데 비용을 추가로 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배달 앱을 통한 포장 주문 시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는 불만도 있다.
일부 식당의 경우 매장 식사비용에 비해 배달 앱 주문 시 비용이 더 높게 책정돼 있다.
배달비용을 보통 소비자와 점주가 나눠 부담하는데 소비자 배달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배달비용을 점주가 더 부담하고 이를 음식값에 전가하는 식이다. 배달 시에는 포장비용을 별도로 받지 않는 곳이 많지만 오른 음식값에 배달비나 포장비 등이 반영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반면 외식업계는 식자재 비용 인상에 따른 판매 가격 인상을 최대한 감내하고 있는 만큼 포장 용기 비용까지 부담하기는 무리라는 반응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족발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족발 포장에만 크고 작은 플라스틱 용기 5개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며 “용기 비용만 600~700원 선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누적되면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채소부터 고기까지 오르지 않은 게 없다. 그래도 가능하면 가격을 안 올리려고 하고 있다”며 “이달부터 500원씩 포장비를 받고 있는데 전엔 없던 비용이라 그런지 불만이 있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업계의 고민은 업종별로 온도차가 나타난다. 족발, 중식, 일식 등 대형 용기사용 비중이 높고 사용 개수가 많은 업종일수록 비용 부담에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반대로 기존에도 포장 비중이 높았던 커피전문점이나 디저트, 치킨, 피자, 분식 업종 등은 포장 시 비용을 할인해주는 등 상반된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조리 속도가 빠르고 회전율이 좋은 업종이 여기에 속한다.
커피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포장비 논란 이전에도 테이크아웃 비중이 높았던 만큼 현재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면서 “오히려 배달기사에 주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포장 주문에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