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관계자 ‘인식 개선’이 관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장 제1조에서는 ‘이 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이 법률의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공연장에서 무대를 즐기고 싶은 장애인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부족한 휠체어석과 배리어 프리 서비스는 물론, 부족하게나마 갖춰진 이 시설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 등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이 문화·예술계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사회를 만드는 장애인협동조합 ‘무의’의 홍윤화 이사장은 법률 등에 명시된 ‘최소한의 것’만 지키는 공연장, 영화관 관계자들의 태도는 물론, ‘예외 조항’이 만드는 사각지대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로 설치 개수 또는 위치, 면적 등 디테일한 부분이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에 기재가 돼 있으나, 실천은 기획사 등 공연 주최자에게 맡기고 있어 이것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들이 빈번하다. 또는 이 규정은 지키되, 관람 시야는 고려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홍 이사장은 “예외 조항들도 문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연장만 휠체어석을 갖추게 하거나, 그러다 보니 작은 공연장에는 장애인들의 접근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각종 예외 조항을 활용해 법망을 빠져나가기도 한다”면서 “그렇다고 세부적인 것을 하나하나 지정할 수도 없다. 그러면 ‘그것만 지키면 된다’라는 형식적인 시도들만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는 근본적인 개념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며 “미국의 장애인법은 연방법으로 제정돼 있다”며 “그만큼 강력하게 적용을 하고 있다 보니 소송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외 조항이 많고, 처벌이 미약하다면 미국에서는 소송 통해 손해배상을 하느니 제대로 시설을 갖추자는 인식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물론 공연 관련자들의 ‘인식 개선’이 뒷받침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휠체어석의 개방 여부부터 예매 방식, 그리고 할인 등 상당 부분이 공연을 기획하는 주최 측의 자율에 맡기다 보니 이들의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평소 휠체어를 이용해 공연, 영화 등을 관람하는 대학생 위유진 씨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면서 할인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일부 아이돌들의 경우엔 자율적으로 휠체어석 할인을 적용해 주더라. 사실 장애인들은 보호자 등과 동행을 해야 하기에 늘 2명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할인 적용 같은 것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공연장에 상주하며 관객들의 안내를 돕는 직원들 또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사항들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평소 콘서트를 즐긴다는 한 30대 휠체어 이용자는 “스태프들이 휠체어석 안내 같은 기본적인 부분도 알지 못하거나 장애인 화장실도 안내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연장에 휠체어석이 있다면,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사실 장애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파악하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석이 마련이 돼 있는 곳잉라면, 관련 인식 교육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가 일부 기획사들에게 장애인 관람객들이 겪는 어려움과 요청 사항들을 담아 ‘케이팝(K-POP) 공연 문화 장애 접근성 개선 제안서’를 보내면서 장애인 팬에 대한 인식 강화 및 정당한 요구사항 수렴하고, 장애인도 공연의 관람객이자 가수의 팬인 점 유념해 달라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홍 이사장은 공연장 구역별로 장애인석이 따로 있는 것은 물론,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공연, 스포츠 등을 관람할 수 있도록 장애인석과 비장애인석이 섞여 있는 해외의 사례들처럼 장애인 관객들이 ‘제대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디테일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팝(K-POP)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지 않나. 그런 것만큼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