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말라 버린 생명…지난해 기상 관측 이래 최장 ‘가뭄’ [기후위기 돌파구②]


입력 2023.04.06 06:30 수정 2023.04.13 06:4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상관측망 전국 확대 이후 최장 가뭄

지난해부터 3일까지 230일 이상 지속

전문가 향후 가뭄 반복·지속·확대 예상

중·장기 대책 넘어 인식 변화 필수

호남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달 전남 나주시 다도면 나주호의 저수율이 떨어져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연합뉴스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남부지방 가뭄이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기상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남부지방은 지난 4일 ‘단비’가 내리기 전까지 300일을 훌쩍 넘도록 가뭄이 계속됐다. 1974년 기상관측망을 전국으로 확대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기존 최장 기록인 2017년 162.3일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길다.


말라버린 땅은 지난해 6~7월 전남 신안, 영광, 진도, 무안에는 1442ha(헥타르)에 달하는 농작물 피해가 남겼다. 생활용수 부족으로 일부 도서(섬) 지역은 물 공급이 끊겼다. 1일 급수 6일 단수 지역까지 있다. 환경부 등에서 해수 담수화, 지하수 저류댐 개발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 무기력함은 어쩔 수 없다.


생활용수뿐만 아니라 농·공업용수 공급도 비상 상황이다. 섬진강 권역 댐 저수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예년의 54.8%까지 떨어졌다. 남부지방 주요 4개 댐 저수율을 보면 주암댐 21.5%, 동복댐 18.9%, 섬진강댐 19.1%, 평림댐 30.5%에 그친다.


기상청은 “지난해 봄철 이동성 고기압 영향으로 전국에 맑은 날이 많아 강수량이 적었다”며 “여름철 주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서로 발달한 상태를 유지해 비가 중부 지방에 집중된 반면, 남부 지방에는 충분한 양의 비가 내리지 못해 가뭄이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가뭄은 단순히 물이 없어 땅이 마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기질도 악화시킨다. 지난 2월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는 미국 예일·하버드대학교와 공동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가뭄이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분석 결과 가뭄 기간 지상 오존농도는 가뭄이 아닌 기간보다 1.18ppb 더 높게 나타났다. 가뭄에 대한 오존 민감도는 시원한 계절이 따뜻한 계절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11월~4월 오존농도는 0.79ppb였으며 5월~10월오존농도는 1.73 ppb로 측정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가뭄 기간 건강을 위협하는 지상 오존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오존농도가 상대적으로 심하게 증가할 수 있는 취약 지역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기후 변화 속에서 늘어나는 가뭄은 지상 오존농도를 증가시키고 호흡기 질환을 확산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시 상사면에 있는 주암댐이 지난달 20일 오후 말라붙어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가뭄은 해마다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도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5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가뭄 진단 및 향후 대책’을 보면 기후변화로 인해 20년 후 연평균 강수일수가 11.9일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1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은 2001년 266ℓ에서 2021년 302ℓ로 늘었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분석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가뭄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1990년 이후 2~3년마다 가뭄이 빈번히 발생하자 기상청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가뭄이 연중 해소되지 않는 상시화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가뭄 반복을 예상한 정부는 최근 중·장기 대책을 내놓았다. 환경부가 3일 발표한 가뭄 중장기 대책은 크게 1단계 기본대책과 2단계 비상대책으로 나뉜다.


1단계 기본대책은 ▲물 공급체계 조정 ▲신규 수자원 확보 ▲수요 관리 및 제도 개선 등이다. 2단계 비상대책은 극한 가뭄 상황을 고려해 설계했다.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댐 저수위보다 낮은 수위인 비상용량(저수위와 비상 방류구 사이 남은 물)과 사수(死水)까지 활용한다. 지하수 저류댐, 해수 담수화 시설 확대 등도 장기대책 중 하나다.


환경부는 올해 안에 국가가뭄정보포털을 통해 가뭄 취약성(기후변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처하지 못하는 정도)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가뭄 대응을 장기적 이상기후 대비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자원 개발과 이용 자체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현석 부산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가뭄관리는 인간이 유사 이래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자연재해”라며 “이를 극복하고, 투자하고, 관리하는 국가는 100번 가뭄에 99번은 피하고 후진국은 하늘만 쳐다보다 망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가뭄 관리는 지속 가능한 국가 관리이고, 경제 관리며, 또한 문명 관리의 핵심 중의 하나”라며 “과학과 기술, 그리고 경제력으로 준비하느냐 안 하냐가 (대책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기후위기 돌파구③] 구멍 난 하늘 무너진 삶…해마다 반복하는 ‘비의 공포’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