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소방관 순직 사고에 한계…책임 자유로울 수 없어"
문희상子 출마설 연관성에 대해선 "전혀 관계 없어" 일축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년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영환 의원은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거운 마음으로 긴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섰다. 나는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돼 경기 의정부갑에서 당선됐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이낙연 전 대표의 수행실장을 지내는 등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며,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재난안전특별위원장과 원내대변인 등을 맡았다.
오영환 의원은 "당선 직후 처음 찾았던 곳은 나의 동료들과 많은 순직 소방관이 묻힌 국립현충원이었다. 그 묘역 앞에서 함께 하던 사명을 이어가지 못해 죄송하다고, 그러나 여러분과 함께 꿈꾸던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렸다"며 "그 약속처럼 21대 국회에서 생명 안전을 위한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했고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선배 동료 국회의원의 공감과 협력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며 "의정부 시민 여러분이, 그리고 정치가 내게 기회를 줌으로써 이룰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3명의 소방관 순직과 영결식이 끝난 뒤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발 늦은 현실에 절망했다. 지난달 또 한 명의 유골을 국립현충원에 묻으면서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는 내 한계를 받아들였다"며 "우리 국민과 인명 피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리에 있어 부족함을 인정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치 상황과 관련해 "21대 국회는 감염병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삶과 희망과 지켜내야 하는 의무 속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과연 국회가 그 이후의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의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해 국민께 안정과 신뢰를 드렸는지 이제는 돌아봐야 할 때"라며 "오늘날의 정치는 누가 더 상대 진영을 오염시키는지를 승리의 잣대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어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국민들께서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결국 아무 것도 바꾸지 못했다"면서 "극단의 갈등 속에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내 안에서 찾지 못했다.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자성했다.
오 의원은 "책임지지 않고 잘못한 일과 사과하지 않고 오로지 기득권과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이 우리 정치 사회에서 가장 먼저 개혁되어야 할 대상"이라며 "책임을 인정하는 의미 없이 말만 앞세운 개혁이 무슨 힘이 있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묻고 계신다. 나는 그 물음에 '내려놓음'이라는 답을 드린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 입문 제의를 받던 자리부터 '반드시 소방 현장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결심했고 마음이 변한 적이 없다"며 "내 소망,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한 뒤 본연의 소명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정치에 대한 무너진 신뢰 회복에 작은 희망이나마 되길 소망한다"며 "내년 정치인으로서의 도전을 멈추겠지만, 21대 국회 마지막날까지 국민의 생명을 더욱 두터이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나와 내 딸이 시민들과 더불어 살아갈 의정부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영환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확히는 소방공무원 수험생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다시 시험을 치겠다"며 "정치의 생각은 다시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전 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의 출마설과 불출마 선언의 연관성을 묻는 말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그 어떤 다른 정치적인 이유나 상황이 연관돼 있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