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유류세 인하 종료 예정
정부 세수 부족 심화에 연장 고민
국제유가 재상승·고물가 상황 관건
이달 말 유류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유류세 인하를 중단하자니 치솟는 국제유가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가 부담이고, 유류세 인하를 계속하자니 세수 부족 상황이 걸림돌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연초부터 이어진 세수 부족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는 대신 단계적 폐기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를 낮췄다. 당시 인하율은 휘발유 기준 20%였으나 지난해 7월 1일부터는 37%까지 확대했다. 현재는 휘발유와 경유 각각 25%, 37%씩 인하하고 있다. ℓ당 금액으로는 휘발유 205원, 경유 212원의 세금 감면 효과가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 감소분은 작년 한 해만 5조5000억원에 이른다. 연초부터 이어진 세수 부족 상황을 고려하면 큰 액수다.
정부는 당초 올해 세입 예산을 400조5000억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2월까지 거둬들인 세수는 이미 작년 동기 대비 15조7000억원 줄었다.
연말까지 지난해 수준으로 세금을 걷어도 올해 예상 세입에서 20조원 이상 부족하다. 심지어 법인세 등 감세 정책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지난해만큼 세수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세수는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유류세 인하 중단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최근 국제 유가 상황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최근 산유국 모임인 OPEC+(석유수출국기구 + 러시아)는 내달부터 연말까지 하루 116만 배럴을 추가 감산하기로 했다.
OPEC+ 감산 결정 이후 국제 유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19일 배럴당 72.97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85.12달러까지 올랐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나 두바이유도 비슷한 추세다.
국제 유가 상승은 곧바로 국내 기름값 인상으로 이어졌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1590원대를 맴돌던 휘발유 가격은 지난 4일부터 오르기 시작해 11일 현재 1629원까지 치솟았다. 주간 휘발유 평균 판매가 역시 1600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첫 주 이후 4개월 만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OPEC 플러스의 감산 발표 때문에 특히 국제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며 “다음 주에 국내 휘발유 가격은 물론 경유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전한 고물가 상황도 유류세 인하 중단 결정의 걸림돌이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4.2%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이후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 올해 1월(5.2%)까지 5%대 물가 상승률을 이어왔다. 지난 2월(4.8%)부터 4%대로 상승 폭이 줄긴 했으나 여전히 정부 관리목표치인 2%를 두 배 이상 웃돌고 있다.
특히 정부가 물가 부담을 이유로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요금 인상까지 뒤로 늦췄다는 점에서 유류세 감면 연장 여부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오는 30일 종료하는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와 관련해 종료 이후 운영 방향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행령 등 입법 절차 기간을 고려했을 때 30일 이전에 최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이르면 다음 주 안으로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