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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초격차 분기점…여기서 밀리면 韓 회복 불가능"


입력 2023.04.11 12:00 수정 2023.04.11 12:0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제1차 산업정책포럼 개최…첨단전략산업 경제안보적 가치 점검

"시스템 메모리 최선단 경쟁 격화, 메모리 초격차 지위 흔들"

"디스플레이 2위 추락…OLED도 中 추격 가시권 진입"

산업연구원은 11일 오전 10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제1차 산업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는 산업적·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우리 첨단전략산업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경제안보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데일리안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 경쟁이 기업에서 국가 단위로 확장된 가운데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일본, EU 등 전통 산업 강국들이 첨단 제조 영역에 뛰어들면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만큼, 한국은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한 민·관 R&D(연구개발) 및 적기 투자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산업연구원은 11일 오전 10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제1차 산업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는 산업적·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첨단전략산업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경제안보시대를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이준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은 '우리 첨단전략산업의 현 주소와 글로벌 중추 국가를 향한 과제'의 주제발표를 통해 경제 안보화 시대 반도체, 배터리 등으로 대표되는 전략산업은 산업 그 이상의 가치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략산업은 미래 산업 전반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분야로, 향후 경제·안보 상의 전략적 우위(협상력)을 담보하게됐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높은 기술 장벽과 산업화 난이도가 요구되고 있지만 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에 들어올 수 있는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 하느냐에 따라 승자 또는 패자로 판가름날 것으로 이 연구원은 진단했다.


현재 반도체는 시스템 메모리를 중심으로 최선단 공정(Leading-edge)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이 메모리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봤다.


최근 미국 인텔, 일본 라피더스가 3nm(나노미터) 이하 최선단 공정 경쟁에 참전했으며, 미국 마이크론 역시 AI(인공지능) 시대를 위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반도체 지각변동을 예고한 상태다.


경쟁국의 개발 기술 난이도와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이번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면 회복을 담보할 수 없다고 이 연구원은 주장했다. 반도체 수요 창출의 키(key)를 쥐고 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에서 한국이 낮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역시 취약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디스플레이 분야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이 중국 추격의 가시권 안에 진입했다고 우려했다. 중소형 OLED를 중심으로 BOE, CSOT 등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2024년 이후 중소형 OLED 생산능력이 한국 업체들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신시장·차세대'로 초격차 지위를 확보해야 할 분기점에 놓여있다. 애플 아이패드·맥북의 OLED 적용으로 삼성디스플레이 등은 8.6세대 선점을 위한 투자를 진행중이다.


이 뿐 아니라 XR(확장현실) 등 신시장 선점을 위한 차세대(무기발광 마이크로 LED 등)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고 이 연구원은 주장했다. 그는 "기술 난제만 극복하면 경쟁국을 누르고 기술 초격차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첨단전략산업에서 글로벌 새판짜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우리가 압도적인 첨단 제조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고 이 연구원은 강조했다.


그는 "미국, 일본, EU 등 전통 산업 강국들이 첨단 제조 영역에 귀환하고 있다"면서 "디지털·그린 전환+전방위적 산업·통상정책은 중국 보다 더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경쟁력있는 생태계 없이는 절름발이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국들의 공급망 생태계 구축 현황을 보면 기업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선도 기업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중이며, 투자 리스크 흡수를 위한 국가 간 산업정책도 경쟁적으로 임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경제안보시대, 첨단전략산업은 더 이상 산업이 아닌 전략자산"이라며 "반도체 없는 중국의 현 상황이 상징하는 것은 첨단전략산업의 레버리지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차세대 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중추 국가로 한국이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첨단전략산업·기술의 전략적 가치 확보 ▲첨단전략산업·기술 보호 체계 합리화·고도화 ▲우리 입지의 전략 자산화 ▲인텔리전스 기반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R&D 투자 확대 및 추진 전략을 고도화해야 하며, 첨단전략기술과 같은 속도와 규모로 핵심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첨단전략산업의 공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 불확실성 요인을 지속 관리·개선(인허가, 인프라 등)하고, 중앙·지자체 의무 사항을 명문화해 중앙·지자체간 협의·조정할 수 있는 지원·협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기업 자체적 인력 양성 채널을 확대하는 한편 현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대학 운영 자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통합 정보 분석 역량 강화를 위한 '첨단전략산업분석원'(가칭)을 설치해 국가 산업 전략 수립에 활용하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민관 합동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첨단전략기술 지정, 관리, 해제 등 민간수용성과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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