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산업정책포럼 개최…첨단전략산업 경제안보적 가치 점검
앞으로 5년이 '골든 타임'…공급망 위해 전략적 동맹 노력 당부
"첨단전략산업 롱런 위해선 기후변화, 인구절벽 문제도 고려해야" 지적도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 경쟁이 국가전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민·관이 그 어느 때 보다 전략적으로 나서야한다고 업계가 한 목소리를 냈다.
차세대 기술 투자를 머뭇거리다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 소니를 반면교사 삼아, 적기에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시장 개척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급망 구축에 열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노력이 제대로 빛을 발하려면 탄소중립, 인구절벽 등의 과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산업연구원은 11일 오전 10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제1차 산업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는 산업적·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첨단전략산업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경제안보시대를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이준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은 '우리 첨단전략산업의 현 주소와 글로벌 중추 국가를 향한 과제'의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가 압도적인 첨단 제조 역량을 확보해야만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제 이후 마련된 토론 시간에는 장웅성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 단장을 좌장으로,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부회장,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 민동준 연세대학교 교수, 이종영 중앙대학교 교수, 이승주 중앙대학교 교수, 남경모 산업부 산업정책과 과장이 참석해 첨단전략산업의 비전과 전략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먼저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술, 인력, 생산장비, 자금 등 생산요소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가 있고 또 하나는 지출, 협력, 진입 통제 등 거래처에 대한 다양하고도 전면적인 통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의 강력한 통제로 중국 화웨이는 AI 플랫폼 회사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화웨이는공급망 구축 위해 매출의 2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삼성, SK 반도체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최근 여실히 보여줬다. 반도체가 지정학적 측면에서 좀 더 힘을 써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부회장은 "2000년도 일본이 LCD 투자를 게을리하면서 한국과 중국이 패널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면서 "소·부·장 업계는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배터리, 반도체를 같이 생산해 공급망 체계에서 서로 얽혀있다. 한 업종에 대한 거버넌스로 볼 것이 아니라 메타 거버넌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따돌리려면 초격차 기술 확보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마이크로LED 등)"라며 "무기발광 기술 뿐 아니라 새 시장도 필요하다. 투명 올레드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로 벤츠, bmw 등에 채택이 되고 있다. 이 시장이 열리면 양 패널사 수익구조에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배터리, 앞으로 5년이 '골든 타임'…공급망 위해 전략적 동맹 노력 강화해야
배터리업계는 초격차 지위가 유지되려면 앞으로 5년이 중요한 만큼 공급망 내재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통상 지형의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앞으로 5년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서 주도권 잡을 골든 타임"이라고 밝혔다.
북미·유럽 등에서 수주한 한국 배터리업체 규모가 1000조원을 돌파하면서, 배터리셀업체 뿐 아니라 소재·장비·사용후 배터리재활용 기업에게도 기회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박 부회장은 배터리 공급망 강화에 민·관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팀코리아로 미·EU와 배터리 전략을 위해 대화할 필요가 있다. 또 미·일이 체결한 배터리 핵심광물 양자협정처럼 제도화된 전략 동맹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제도의 경우 자동차 중심에서 배터리 투자·생산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봤다. 미국이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통해 자원부터 완성품에 이르는 제도를 마련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안보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 국내 배터리 소재 공급망 내재화도 가속화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박 부회장은 "미국 등은 친환경 자동차 구매·배터리 생산 투자 시 세액공제를 해줄 뿐 아니라 전력, 입지, 인력, 용수 등 인프라 서비스 분야에서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우리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소재 공급망을 어떻게 내재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세대 배터리 선점 기술 및 인력 양성에서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첨단전략산업, 롱런하려면 기후변화, 인구절벽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업종을 중심으로 초격차 기술 개발 및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있지만 이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래 산업은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의 문제가 맞물리는 만큼 종합적이면서도 심도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진단이다.
민동준 연세대학교 교수는 "양적 성장이라는 방향이 우리에게 착시를 줄 수 있다. 다가올 기술 평준화, 폐쇄적 글로벌 시장 속에서 굉장한 전략적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기술 개발 중요하지만 탄소중립, 인공지능, 인구절벽 등 보이지 않는 칼날이 있다. 인구절벽은 노동력 부족 측면에서, 탄소중립은 기업들이 RE100을 함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이라는 것은 단순히 한 산업을 키우는 게 아니라 거기에 걸맞은 정책을 필요로 한다. 탄소중립, 교육, 인구절벽을 기본적으로 깔고, 우리 산업을 언제 얼마나 이루겠다는 구체적인 정의를 이뤄야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30, 40년 뒤에도 그 산업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를 살펴야 한다면서 인구 감소 속에서도 생산성을 유지될 수 있도록 산업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자원 부족 국가"라며 "첨단산업은 자원 전략, 기후변화, 에너지 전략과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주 중앙대학교 교수는 "첨단산업은 경제와 안보를 연결하는 넥서스(결합)로서의 역할을 한다. 연결 고리로서의 첨단 산업을 미국과 중국 뿐 아니라 주요 국가들이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 넥서스를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경제와 안보를 효과적으로 연계하고, 나아가 다른 국가 보다 경제 무기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학계·업계의 의견을 토대로 첨단전략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남경모 산업부 산업정책과 과장은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 "첨단전략산업 지원에서 세제, 보조금 부분은 선진국 못지 않게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신속하고 전폭적으로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