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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마저 불평등…가뭄과 홍수는 ‘가난’을 노린다 [기후위기 돌파구④]


입력 2023.04.13 06:30 수정 2023.04.13 06:39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지난해 신림동 반지하 일가족 참변

아프리카 동북부 가뭄 피해 등

가난할수록 재해 대비 어려운 현실

취약계층 피해집중 안 되게 대비해야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반지하 빌라 주차장에 물이 차있는 모습.ⓒ뉴시스

지난해 8월 9일 0시 26분. 구멍 난 하늘에서 쏟아진 빗줄기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침수로 고립돼 유명을 달리했다.


해당 참사는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나아가 현실이 영화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CNN과 BBC 등 세계 주요 언론이 주요 뉴스로 다룬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림동 반지하 참사를 두고 ‘재난의 차별성’을 보여줬다고 입을 모은다. 재난이 가난한 사람, 빈곤 국가에 더욱 가혹한 피해를 남긴다는 의미다.


재난의 차별성은 홍수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남 완도군 보길면 일대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현재 극심한 생활용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일 급수 6일 단수로 버텨오다 얼마 전부터는 1일 급수 6일 단수로 상황이 악화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1일 단수 6일 급수 상황은 상상조차 힘들다. 하지만 광역상수도망에서 제외된 보길도 주민들은 그저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재난의 차별성은 더 극명하다. 캄보디아는 지난해 홍수 피해로 9명이 사망하고 2만1000여 가구가 침수됐다. 태국은 같은 기간 5만9283ha(헥타르)의 농경지가 잠겼다. 라오스와 필리핀은 잦은 홍수로 피해 규모조차 정확히 집계하지 못한다.


폭염과 질병 역시 가난할수록 치명적이다.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과 마주한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은 ‘재앙’의 땅이 되고 있다.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등은 바짝 마른 땅에서 수확할 농작물이 없고, 가축 수백만 마리가 굶어 죽었다. 인간 또한 살아남기 위해 평생을 일궈온 터전을 등지고 물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지난해 2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6차 평가보고서 ‘기후위기의 영향, 적응 그리고 취약성’에 따르면 저소득층과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 노인과 여성 등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지난 10년 동안 홍수, 가뭄, 태풍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가난한 국가에서 15배나 높았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UN) 총회 연설에서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생산하는 구조. 따라서 항상 한 줌의 소수가 더 많은 돈을 벌게 하는 구조가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발간한 ‘2020 폭염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고소득층(건강보험료 상위 20%) 온열질환 발병률은 1만 명당 7.4명이다. 반면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의료급여 수급자는 21.2명이 온열질환을 앓았다. 고소득층과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저소득층에 더 큰 어려움을 남겼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사태 발생 첫해인 2020년 저소득층 직장 유지율은 약 8.4%p 하락했는데, 소득 중위층 직장 유지율은 약 3.2%p 떨어지는 데 그쳤다. 심지어 소득 상위층은 변화가 거의 없었다.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가 불평등하듯 재난도 불평등하게 닥친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이 늘어날 텐데 그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본격적으로 기후변화가 오면 기존 하수 시스템으로는 물 폭탄에 감당할 수 없는 범위에서 피해가 생길 것”이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또한 “기후 변화 때문에 이런 피해들이 반복될 것이라는 걸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면서 “취약계층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상하수도 등 인프라와 환경 개선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후위기 돌파구⑤] 위험 키운 인간…20년 난개발에 프랑스 크기 열대우림 ‘순삭’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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