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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키운 인간…20년 난개발에 프랑스 크기 열대우림 ‘순삭’ [기후위기 돌파구⑤]


입력 2023.04.18 07:00 수정 2023.04.18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2002년 이후 세계 열대우림 64% 손실

불법 훼손 국내 산림 축구장 8118배

산림·토양, 홍수·가뭄 조절 기능 ‘탁월’

지자체 GB 해제권 확대…난개발 우려

지난 2019년 8월 브라질 토간틴스주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맹렬한 기세로 열대우림을 태우고 있는 불길. ⓒ뉴시스

노르웨이열대우림협회(RFN)가 지난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열대우림의 64%가 사라졌다. 지표면의 13%(1450만㎢)에 달하던 열대우림 가운데 36%만 남았다.


손상된 열대우림 64% 가운데 34%는 완전히 사라졌다. 30%는 현재 황폐해지고 있으며, 사라지거나 황폐해진 면적을 합치면 약 950만㎢에 달한다. 2002년 이후 17년간 사라진 열대우림 규모는 프랑스 전체 면적보다 넓다.


보고서를 작성한 아네르스 크로그는 “인간이 나무를 대거 잘라내고 우거진 숲을 더 작고, 작게 쪼개고 있다”며 “탄소를 저장하고 지구를 시원하게 하며 비를 내리게 하고 서식지를 제공하는 열대우림의 능력을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대륙 절반 크기의 열대우림이 유지되고 있다는 건 희소식이지만 나머지는 완전히 손상됐거나 점점 파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열대우림뿐만 아니라 세계 산림 면적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5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산림총회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하면 해마다 470만 헥타르(㏊)의 숲과 나무가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 서울 전체 면적의 약 80배 크기 산림이 베어진다는 뜻이다.


사라지는 산림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5년마다 조사하는 ‘산림기본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산림 면적은 전체 국토 면적의 62.6%인 629만㏊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1974년 664만㏊ 대비 약 35만㏊(5.6%) 감소한 수치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줄어든 면적만 해도 4만 8000ha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산림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불법으로 훼손된 산림만 1만 6657ha로 축구장 8118배에 달한다.


산림 파괴는 그 자체만으로도 걱정거리지만 기후 위기를 앞당긴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세계적인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green peace)’는 기후변화와 산림 파괴를 ‘최악의 조합’이라 표현했다.


그린피스는 “기후변화로 일부 열대우림에 심각한 가뭄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숲은 화재에 더욱 취약해진다”며 “여기에 벌목 등 산림 파괴가 더해지면 불이 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산림 파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인간에 의한 배출량의 약 12%를 차지한다. 이는 세계 자동차, 비행기, 선박, 기차 등 운송수단이 배출하는 양에 버금간다.


산림은 홍수와 가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우리나라 숲 토양의 투수력(透水力·빗물 흡수 능력)이 도시지역 토양보다 월등히 높다고 설명했다. 숲 토양이 집중호우 때는 홍수를 막아주는 댐 역할을 해준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불법으로 훼손된 산림이 축구장 8188배에 달하는 가운데 2015년 전남 순천시에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불법으로 산림을 훼손한 현장. ⓒ연합뉴스

국립산림과학원이 2020년 전국 730여 숲의 투수 기능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 숲 토양 투수력은 평균 417㎜/h로 서울시 전체 도시 토양 평균(16.43㎜/h)보다 25배 이상 높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서울시가 도시 홍수 저감을 위해 설치 중인 빗물이 통과하는 투수 블록 기능 기준이 360㎜/h인 것을 고려하면 빗물을 흡수해 홍수를 막는 숲 토양의 우수성을 실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숲이 가지는 투수 기능은 결국 더 많은 빗물을 땅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그렇게 스며든 빗물은 지하수로 이어져 비가 그친 뒤 강과 계곡에 물을 공급하는 원천수가 된다. 극심한 가뭄 때 지하수는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환경부가 외딴섬 등 가뭄이 잦은 곳을 중심으로 지하 저류 댐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산림과 토양이 가진 ‘물관리’ 능력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확대하기로 해 산림 등의 난개발 우려를 낳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과 ‘광역도시계획수립지침’ 등 하위 지침 개정안을 입법·행정예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비수도권 시·도지사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30만㎡ 이하’에서 ‘100만㎡ 미만’으로 3배 이상 늘어난다. 다만 그린벨트 30만∼100만㎡ 미만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면 최초 계획을 세울 때뿐 아니라 계획을 변경할 때도 국토부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


그린벨트 규제 완화는 산업단지나 지자체 단위 체육, 문화시설 조성, 공동주택 등 개발에 청신호임이 분명하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기준 완화로 지역 균형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난개발과 환경 파괴 우려가 뒤따른다. 나아가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과도한 개발은 산림 파괴와 함께 가뭄과 홍수 같은 기후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도시환경에서 산과 논밭의 역할은 매우 크다. 미세먼지 저감, 탄소 흡수, 재해 예방, 쿨링 효과, 휴양,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인구의 90%가 사는 도시에서 개발제한구역은 없어서는 안 되는 그린 인프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발제한구역 가치를 평가하는 환경성평가제도는 표고·경사도·농업적성도·식물상·임업 적성도·수질 6개 항목이 전부”라며 “이제는 오히려 도시환경 보전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을 보다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돌파구⑥] 예측 불가 재해…전문가 “자연, 다스릴 생각 말아야”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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