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과 관계 없는 사람" 거듭 선 긋기
전광훈과 결부되는 것 자체로 부담
"당원 가입 운동" 뜬금 발언에 한 숨
'공천권 폐지' 등 요구 받을 가능성 없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국민적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선언하며, 국민의힘 지도부에 공천권 폐지와 당원 중심 후보 경선을 요구했다. 당초 "국민의힘과 결별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것과는 다소 뉘앙스가 다른 내용이어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지 주목된다.
17일 오전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회견문을 통해 "위기에 빠진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방도를 제시하려고 한다"며 "전국민적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과 공천권 폐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이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민의힘이) 이것을 수용하면 새로운 정당 창당을 잠시 보류하겠다"면서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여러분 때문에 대한민국을 북한에 내줄 수 없으므로 반드시 광화문을 중심으로 자유 우파, 기독교, 불교, 천주교를 연대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당신들의 버릇을 고쳐드릴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물론 국민의힘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공천 문제는 당헌당규 개정 사항으로 일개 외부인의 요구로 수정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무 관련해 '감놔라 배놔라'식의 전 목사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은 격하게 반응하는 것이 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다른 정당 사람"이라며 거리 두기에 방점을 찍어왔다.
문제는 전 목사의 행보와 국민의힘 지도부를 결부시켜 바라보는 여론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 등 당내 유력 인사들이 이를 부각해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는 게 지도부의 인식이다. 김 대표는 "전 목사는 다른 정당 사람일 뿐"이라며 "국민의힘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 것처럼 결부시키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 목사와 마치 당이 관계가 있는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 전 목사로부터 어떠한 영향도 당은 받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고 거듭 선을 그은 뒤 "홍 시장이 마치 전 목사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국민께 실상을 호도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소위 '전광훈 논란'의 시작점이 김재원 최고위원이었다는 점, 또한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의 이유 중 하나로 이번 사태가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는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등 지도부의 보다 분명한 태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0~14일 전국 유권자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주 전 대비 3.1%p 하락한 33.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2.9%p 상승한 48.8%였고, 양당 지지율 격차는 14.9%p로 벌어졌다. 여론조사의 보다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홍 시장을 100% 두둔할 순 없다"면서도 "극우와 단절이라는 타당한 말을 했는데, 기분은 나쁘더라도 (김 대표가) 수용을 했어야 했는데, 전광훈을 잘라야지 왜 홍준표를 자르나. 그래서 완전히 오발탄"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2019년 (전 목사 주변에) 많은 세력이 모였고 그분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면서 자꾸 정치에 개입하려 하고 의석에 욕심을 내고 '당을 어떻게 지배한다' 등 얘기를 했다"며 "정치 욕심이 생겨서 타락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전 목사의 행보에 대해서는 "우리 당에 영향력을 미치고 싶었지만 뜻대로 안 되니 어떤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