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밴드 히미츠, He meets, 그를 만나다
4월 28~29일 ‘빌보드 침공’ 타이틀 걸고 콘서트
20세기에 ‘바람 바람 바람’은 무조건 김범룡의 노래였다. 1985년 3월 출시된 ‘바람 바람 바람’은 그야말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고등학교 때 이미, 틈틈이 지어놓은 자작곡이 100곡에 이를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넘쳤던 김범룡. 군에 다녀온 후 그 가운데 10곡을 뽑아 빈 강당 같은 곳에서 일명 ‘데모 테이프’를 녹음해 직접 가수 데뷔의 길을 뚫었다.
데모 테이프가 선택됐다는 건 그만큼 실력이 출중하다는 뜻. 특히나 ‘바람 바람 바람’은 공개되자마자 큰 사랑을 받았고, 단번에 김범룡을 당대의 스타가수 조용필이나 전영록에 버금가는 다크호스로 만들었다. 후속곡 ‘겨울비는 내리고’까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1985년 KBS 가요대상 신인가수상을 시작으로 이듬해 MBC와 KBS에서 10대 가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김범룡의 말에 따르면, 노래 ‘바람 바람 바람’은 친구가 여자친구와 헤어지던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문밖에는 귀뚜라미 울고 / 산새들 지저귀는데
내 님은 오시지는 않고 / 어둠만이 짙어가네
저 멀리에 기타 소리 / 귓가에 들려오는데
언제 님은 오시려나 / 바람만 휭하니 부네 (후략)
세상에 공개된 지 38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노래가 좋다. 어딘가 애잔하고 울적한 분위기의 ‘바람’이 노래를 타고 공기를 가른다. 확실히 20세기의 바람은 어딘가 암울한 느낌이 노래의 맛을 돋운다.
21세기, 새로운 ‘바람 바람 바람’을 외치는 그룹이 나타났다. 4인조 팝 밴드 ‘히미츠’이다. 일본어인가 했더니 ‘He meets’, ‘그는 만난다’라는 뜻의 영어다.
그룹 히미츠는 지난 2016년 싱글앨범 ‘Cecil Hotel’(세실 호텔)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현재의 4인조 밴드 체제로 개편한 뒤 산 국제 록페스티벌, 홍콩 인디밴드페어 등 국내외 무대에 올랐다. 보컬 오샘은 TV조선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 본선에 진출한 바 있고, 멤버들은 다양한 공연에서 세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히미츠의 소속사 ‘데일리창’의 양준모 대표는 그룹명에 대해 “히미츠, ‘HeMeets’는 ‘그를 만나다’라는 뜻이다. 목적어가 빠진 불완전한 문장으로, 히미츠의 노래를 들어주시는 청자와의 만남으로 음악이 완성된다는 철학을 담았다. 음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겠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히미츠가 외치는 ‘바람 바람 바람’은 노래 제목이 아니다. 2023년 4월에 새로이 펼치는 공연의 이름이다.
히미츠는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 아래, 4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과 토요일 정규 공연을 진행한다. 9회에 걸친 공연의 타이틀이 ‘히미츠의 빌보드 침공’이고, 그 가운데 첫 번째 공연인 4월 콘서트에 ‘바람 바람 바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매달, 새로운 이름으로 청중의 귀를 행복하게 하고 마음을 두드리겠단다.
데일리창의 양준모 대표는 ‘바람 바람 바람’의 뜻을 소개했다.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부는, 홍대 밴드의 새로운 ‘바람’. 팝 밴드 히미츠와 관객들이 눈맞춤 하는 재미있는 ‘바람’. 첫 번째는 자연의 바람(wind), 두 번째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 빌보드 무대까지 진출하고 싶은 홍대 밴드 히미츠의 바람(wish), 세 번째는 그러한 히미츠의 활동이 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이 되기를 바라는 멤버들의 바람(want)이란다.
3바람, 3W, 바람 바람 바람. 살아오면서 나를 바꾸고 변화시킨 만남이 얼마나 자주, 몇 번이나 있었을까? 히미츠의 정기공연의 첫 번째 무대 ‘바람, 바람, 바람’에는 히미츠와의 만남이 청중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생 만남이 되기를 바라는 희망이 담겼다.
정말 노래가, 하나의 콘서트가, 어떤 가수와의 만남이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히미츠의 노래 ‘화성침공’이나 ‘신장개업’, ‘복수초’나 ‘드라큘라’를 좋아하는 팬이어도 아니어도 좋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스페이스브릭에서 매달 마지막 주 금·토요일 히미츠를 만날 수 있다. 4월에는 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5시 무대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