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1Q 영업이익 10조 이어 2Q에도 8~9조원대 이익 전망
삼성전자 DS 부문, 메모리 한파로 적자 불가피…감산으로 타격 최소화
TSMC 넘으려면 수율·패키징 고도화 뿐 아니라 애플 같은 수요처 발굴해야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이벌업체인 대만 TSMC가 나란히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DS(반도체) 부문에만 4조원대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과 달리 TSMC는 약 10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D램·낸드 등 메모리 한파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은 2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TSMC는 글로벌 수요 위축 속에서도 2분기 예상 영업이익률 40%를 제시, '나홀로 성장세'를 예고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매출 5086억3300만 대만달러(22조687억원), 영업이익 2312억3800만 대만달러(10조38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견줘 3.6%, 3.3% 늘어난 수치다. 전년 동기 보다는 개선됐지만 작년 4분기 보다는 각각 18.7%, 28.9% 감소했다.
이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의 주문이 취소되거나 줄어든 영향으로, 구체적으로 차량용(Automotive)를 제외한 스마트폰, 고성능컴퓨팅(HPC)향 수요가 감소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TSMC는 2분기까지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지난해 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 2분기 가이던스를 매출 15억2000만 달러~16억 달러, 영업이익률 39.5~41.5%로 제시했다. 이를 계산하면 8~9조원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1분기 매출(16억7200만 달러), 영업이익률 (45.5%) 보다는 적지만, 유례없는 반도체 한파에도 조 단위 이익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삼성과 비교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DS 부문 적자가 1분기 4조원대, 2분기 많게는 5조원대를 추정한다. IB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2분기 DS부문 영업이익률이 -20%, -37%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반도체 적자는 D램·낸드 등 메모리 부진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고객사들이 주문을 줄이고 재고 관리에 집중하면서 삼성의 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고수했지만 업황 불황이 장기화되자 결국 공급 조절로 입장을 선회했다. 인위적인 감산은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직접적인 감산을 말한다.
삼성전자, 상반기 반도체 대규모 적자 불가피…TSMC는 2Q 영업익률 40% '자신'
메모리 악화에 삼성이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과 달리, 파운드리 비중이 압도적인 TSMC는 글로벌 수요 위축 속에서도 조 단위 이익을 자신하고 있다. 특히 2분기 저점을 지나고 하반기 애플 신제품 출시, 챗GPT 등 AI(인공지능) 관련 수요가 가시화되면 하반기 영업이익 규모는 배로 성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TSMC의 견조한 성과는 오랜 기간 다져온 파운드리 기술과 고객사별 노하우 축적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제품 적시 납기, 높은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고객 맞춤형 생산 등으로 애플, AMD, 엔비디아, 퀄컴 등 우량고객과의 신뢰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TSMC를 압도하기 위해 지난해 세계 최초로 3나노에 차세대 공정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도입한 바 있다. 3나노 고지는 먼저 점령했지만 대형 고객 수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3나노가 초기단계여서 고객층이 많지 않은데다, 시장에서 주류를 차지하는 4, 5나노는 여전히 TSMC 선호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짓고 있는 반도체는 4나노여서 주로 미국에 포진한 빅테크들의 관심은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빅테크는 한 번 기술적으로 검증된 업체와 오랜 기간 계약을 이어가려는 심리 때문에 TSMC를 선호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1987년 설립된 TSMC는 3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TSMC 넘으려면 수율 제고·패키징 고도화 속도 내야
TSMC를 뛰어넘으려면 차세대 기술 뿐 아니라 수율, 디자인하우스(반도체 설계 후공정업체)·패키징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TSMC는 지난해 8월 '2022 세계반도체 대회'에서 3나노 공정 수율이 80%에 안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사 공정 수율을 밝히는 일은 드문 경우로, 그만큼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삼성의 파운드리 수율 역시 지난해 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KB증권은 "선단 공장인 3nm(나노미터·1세대 GAA), 4nm, 5nm 파운드리 수율은 70~90%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3nm 2세대 GAA 공정 양산을 준비하고 있어 3nm 핀펫 공정을 준비중인 TSMC와 기술격차는 크게 해소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기술이 입증되면 공급선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는 빅테크들과의 협업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미·중 갈등으로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애플 같은 막강한 수요처 발굴 필요…"AI·차량용 AP 등에서 기회 잡아야"
기술 제고 뿐 아니라 애플 등 막강한 수요처를 발굴하는 과제도 요구된다. 실제 TSMC의 폭발적인 성장은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다. 가트너,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TSMC의 2008년 41.5%였던 이동통신 비중은 애플의 아이폰 공급에 힘입어 2017년 60.3%로 올라선다. 매출의 60%를 스마트폰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TSMC가 파운드리 기술과 아이폰 수요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뤄낸 것처럼 삼성, SK도 이 같은 차세대 시장을 전략적으로 겨냥해 맞춤 기술을 발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이 예상되는 주요 시장은 인공지능(AI), 서버용 반도체, 차량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이 거론된다. 이미 챗GPT를 통해 생성형 AI 수요가 확인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기술 구현을 위해 AP, GPU(그래픽처리장치), 인포테인먼트 기술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는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공통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편 TSMC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작년 4분기 기준 58.5%이며 삼성전자는 15.8%를 나타냈다.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3분기 40.6%에서 4분기 42.7%p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