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서
'韓기업 안심 메시지' 질문 받고
뜬금없이 호주 거론하고 나서
"미국의 반도체법·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불안해하는 한국 기업들을 안심시킬 메시지를 달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해당 질문에 답하며 뜬금없이(?) 호주를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이 잘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우리(미국)에게 이익이 된다"며 "성장하는 민주 제도와 경제의 결합은 한국에 있든, 호주에 있든, 남태평양 깊은 곳에 있든 미국에 압도적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한국과의 양자관계를 논하는 자리에서 호주를 불쑥 언급하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지난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한국 측은 주요 7개국(G7)에 한국을 포함하는 G8을 제안했다. 이에 미국 측은 한국에 호주를 더한 G9 출범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국과의 전략경쟁에 사활을 건 미국은 산적한 국내 현안으로 대외정책에 투입할 역량이 제한적이다. 직접 나서기보다 동맹의 힘을 빌리는 '대중 공동전선' 구축에 주력하는 이유다. 다만 각국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동맹은 물론 파트너 국가까지 끌어들여 협력 지대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그렇게 형성된 여러 협력 지대에 한국이 많은 발자국을 남기길 바라는 게 현재의 미국이다.
한국에게 미국은 유일한 동맹이지만, 미국에게 한국은 여러 동맹 중 하나다. 물론 한미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linchpin)'인 만큼 비중이 남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만을 위한 정책을 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 조야가 한국과 호주를 한 데 엮어 언급하고 한일 협력을 강조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한국은 이런 흐름을 서운해하기보단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여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한목소리를 내며 미국을 견인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때문에 윤 정부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 주요 성과로 '핵 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언급하며 양자 협의체라는 점을 부각하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북핵 위협에 함께 노출된 일본과 미국 인접국인 캐나다는 물론, 호주의 참여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장기적으로 오커스(AUKUS)에 준하는 협력체를 모색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관련 접근법은 미국의 일방적 강압에 대항하는 '방패'가 될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러시아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만약 한일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동 대응을 시사하면 미국은 어떻게 반응할까. 내키진 않아도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