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인근 축산 농가 구제역 ‘초비상’
충북도내 전체 소 30% 발생지역 몰려
제2의 구제역 파동 오나…감시 강화해야
소·돼지고기 가격 들썩 조짐…청정국 무산
4년여 만에 구제역이 돌아왔다. 정부는 구제역 위기단계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발생 지역 시·군과 인접 지역 가축시장을 일시 폐쇄하는 등 구제역이 확산하자 소·돼지고깃값이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한우 농장 네 곳에서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왔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방역 당국은 농장 간 수평전파 차단을 위해 11일 0시부터 오는 13일 0시까지 전국 우제류(소, 돼지, 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 농장과 축산관계시설 관계자 등에 대해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구제역은 우제류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전염성이 강해 국내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구제역이 확인된 농장 사육 소 500여 마리에 대해 긴급행동지침(SOP) 등에 따른 매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제류 사육농장에서는 6개월마다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한다. 소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97.9%에 이른다.
충북도는 올해도 지난달부터 이달 12일까지 도내 우제류 농가 7477곳을 대상으로 상반기 백신 일제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또 구제역 확산양상을 막기 위해 청주시와 인접한 보은·증평·진천·괴산군 우제류 사육 농가에 긴급 백신접종을 진행한다. 발생 인근 지역 3㎞ 이내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 이동도 3주 동안 제한한 상태다.
이우택 전국한우협회 충북도지회 사무국장 “구제역 발생 농가들은 전부 침울한 상태다”며 “충북도내 전체 소 사육 두수 약 30%가 청주권에 밀집해 있는데 인근 사육 농가는 얼마나 불안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통상 18도 이상이 넘으면 구제역 발생 가능성이 줄어드는데 이번 발생 건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청정국’ 지위 사실상 무산…소·돼지고깃값 우려도
한우 수출 확대를 위한 발판이 됐을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획득도 사실상 물 건너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자, 지난해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회복을 신청했다. 이달 중 백신 청정국 지위를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허사로 끝났다.
현재 우리나라는 구제역 발생국으로 분류돼 있다.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 2년간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한우 신규 수출 계획은 어두워졌다.
올해 청정국 지위를 획득하면 마케팅을 본격화해 한우 수출물량을 200t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수출물량도 확대해 국내 소고기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지난해에도 홍콩·마카오 등을 중심으로 한우를 44t 정도 수출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부터 5배 가까운 수준으로 수출량을 확대할 방침이었다. 이날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실제 지위 회복은 물론 수출길도 깜깜해졌다.
우리나라는 2014년 5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었지만, 2달 만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지위를 잃었다.
앞으로 구제역이 더 확산할 경우 유통에 차질이 생기고, 소·돼지고깃값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전국에서 소·돼지 348만 마리가 살처분됐던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돼지고깃값이 40% 이상 뛰었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가 더 문제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앞둔 5월로 접어들면서 소비가 증가하고,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이 늘면 오름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구제역 파동 사태로 정부는 의무화된 백신 접종을 근거로 구제역 예방을 자신해 왔지만, 산발적인 발병은 계속 이어졌다.
이처럼 전국적인 확산세가 커지거나 돼지 농장으로 구제역이 확산될 경우가 큰 변수로 작용해 유통 차질로 육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이에 더해 일부 도매·유통상 등이 물량 매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이번 구제역 발생은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때다 싶어 높은 가격책정이나 사재기 등 악의적인 중간 유통상들에 대해 정부가 지속 감시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농식품부가 가격 인상 시 육류 비축 물량을 풀거나 선제적 조치로 전국 확산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