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는 미수금을 수익에 미리 반영한데 따른 착시현상
전문가들 "종합하면 한전보다 가스공사 실태 더 심각"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액 17조9000억원, 영업이익 5884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28.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5.5%와 81.1% 감소했다.
국내 가스 요금이 국제 에너지 가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가스공사가 흑자를 낸 것은 미수금을 수익으로 미리 반영하는 가스공사만의 독특한 회계 처리로 인한 착시현상이다.
미수금이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가스공사는 100억원에 구매한 천연가스를 50억원에 팔 경우 적자분인 50억원을 일단 '외상값' 같은 자산으로 분류하고 나중에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1분기 민수용 미수금은 도시가스 요금 동결로 지난해 말 8조6000억원에서 11조6000억원으로 무려 3조원이나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가스요금이 인상되지 않는다면 올해 말 미수금이 13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시가스용 미수금과 발전용 미수금을 합친 전체 미수금도 작년 말 12조207억원에서 14조2919원으로 2조2712억원 늘었다.
그에 따른 이자비용도 문제다. 미수금 급증에 따른 단기 차입금 증가 및 이자율 상승으로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323억원 급증했으며,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은 1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급감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전보다 가스공사의 재정 실태가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한전의 적자는 32조6000억원, 가스공사 미수금은 9조원으로 절대적인 규모는 한전이 더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매출, 사채 발행 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가스공사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미수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제LNG가격 안정으로 인해 운전자금이 감소하면서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500%에서 490%로 10%p 줄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해외사업 수익 극대화 등 14조원 규모 자구노력을 성실히 이행해 국민 부담을 완화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