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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20번” 비니시우스에게 쏟아진 지지…라리가 회장도 고개


입력 2023.05.26 08:49 수정 2023.05.26 08:50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 Xinhua=뉴시스

축구장에서 인종차별 피해를 당한 브라질 출신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3·레알 마드리드)를 위한 연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레알 선수들은 25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2022-2023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6라운드 라요 바예카노전에 앞서 모두 비니시우스 등번호 ‘20’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인종차별 반대와 규탄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가 담긴 완장을 착용한 ‘캡틴’ 카림 벤제마를 비롯해 레알 선수들이 비니시우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등장하자 팬들은 비니시우스 이름을 연호했다.


관중석 곳곳에서는 “비니시우스 지지” “인종차별 반대”의 내용의 걸개들도 눈에 띄었다. 홈 팬들은 전반 20분 기립해 비니시우스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원정팀 라요 바예카노 선수들도 ‘인종차별을 축구에서 없애자’는 플래카드를 함께 들어 보였다.


비니시우스와 같은 브라질 출신 공격수 호드리구는 결승골을 넣은 뒤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리고 고개를 숙이며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직전 경기에서 받은 퇴장 징계는 취소됐지만, 경미한 무릎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비니시우스는 경기 종료 뒤 “정말 감사하다.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비니시우스는 지난 22일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발렌시아전에서 경기가 10분 가까이 중단될 만큼 거친 인종차별을 당했다. 경기 내내 많은 관중들은 비니시우스를 향해 “검은 원숭이” 등 피부색을 놓고 비하하는 발언을 뱉었다.


레알 안첼로티 감독도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경기 도중 인종차별 문제가 발생하면 중단하고 정리한 뒤 이어져야 한다“고 날카롭게 반응했다. 경기 후 ‘피해자’ 비니시우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처음이 아니다. 프리메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이제 일상이 됐다. 사무국의 대처만 보고 있으면 스페인은 인종차별 국가로 보인다”고 사무국을 직격했다.


비니시우스의 고국인 브라질은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예수상 조명을 잠시 소등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비니시우스를 향한 인종차별에 항의하고 반대하는 움직임을 취했다.


ⓒ Xinhua=뉴시스

인종차별 반대와 비니시우스를 향해 쏟아진 지지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하비에르 테바스(63) 회장도 달라진 스탠스를 취했다.


연대 움직임 전만 해도 "스페인도 라리가도 인종차별을 용인하지 않는다.(비니시우스가 우리를 이렇게)몰아세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우리는 올 시즌 인종차별적 모욕 사례를 9건 보고했고, 그 중 8건은 비니시우스가 대상이었다. 인종차별 사례는 극히 드문 일이며 우리가 모두 없애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라며 발끈했다.


이후에도 "라리가를 비판하고 모욕하기 전에 우리가 해왔던 일들을 제대로 파악하라"며 피해자 비니시우스를 공격하는 듯한 입장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연대를 통해 뜨거운 움직임이 일어나자 테바스 회장은 BBC·ESPN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니시우스를 공격할 의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받아들이게 했다면 나의 잘못이다. 사과한다”며 꼬리를 내렸다.


테바스 회장 말대로 라리가도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는 등 노력한 부분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종차별로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를 대하는 조직 수장의 태도만 봐도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는 받기 어렵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비니시우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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