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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전유물 탈피한 '5·18' '노무현' '세월호'…중도 확장 국민의힘


입력 2023.05.24 00:15 수정 2023.05.24 00:15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지난 총선 때 일부 후보 '5·18' '세월

호' 부적절 발언, 수도권 수십석 날려

우경화 차단…'중도 확장'으로 내년

총선서 의회권력 되찾아오겠단 의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세월호 참사 기억식' 등 진보 진영이 자신들의 전유물인양 행세하던 추모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면서 중도 외연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월 8일 당대표 취임 이후, 이 세 개의 행사에 모두 참석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촘촘한 원내 일정으로 부득이하게 참여하지 못한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제외한 두 개 행사에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직후부터 일부 지도부 인사의 설화로 홍역을 치렀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한 징계로 논란을 빠르게 차단하고 매듭지은 만큼, 국민의힘은 당 충성도가 높은 강성 지지층보다는 중도층을 공략하며 2024년 총선을 준비한다는 복안이다.


김 대표는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21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시절에도 노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추도식 참석 의미에 대해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를 이제 끊어내야 한다"며 "나는 바로 직전 대통령으로부터 엄청난 박해를 받았던 피해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치 선진화를 위해서는 더 이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가 반복돼선 안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생각과 철학이 다르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고 그에 대한 존중의 뜻을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와 만나 인사를 나눴고,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으로 자신과 대치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지난 18일에도 김 대표는 윤 원내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이끌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당 소속 의원 115명 중 95명이 함께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이어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연속 광주를 찾아 희생자들을 기렸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지난달 16일에도 김 대표와 윤 원내대표는 경기 안산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유가족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본래 '5·18' '노무현' '세월호' 등의 키워드는 진보 진영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다. 진보 진영 역시 이러한 추모 행사를 독점하며 '진보 결집'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2020년 4·15 총선 참패 직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하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세월호 참사 기억식 등에 적극적으로 참석했다. 4·15 총선 선거운동기간 중에 당에서 공천한 일부 후보가 유세와 TV토론에서 5·18과 세월호 사고 등을 가리켜 극히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접전 지역 수십 석을 날렸다는 분석이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 이후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반대' '4·3 기념일은 격이 낮은 기념일' 발언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제주 4·3 김일성 지시설' 발언 등에서 국민의힘이 다시 '우경화' 되고 있다는 당 안팎의 우려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총선 참패에서 '강성 지지층'만이 아닌 '중도층'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학습효과가 있었다"며 "김기현 지도부의 진보 진영 추모행사 참여는 '김재원·태영호 논란'을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고,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지지층 중 일부는 이러한 김기현 대표의 행보를 못마땅한 눈길로 바라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중도 외연 확장에 한 발을 내딛으면서도, 보수정당의 역사성에 대한 관심도 결코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이날 노 전 대통령 추모식 참석에 앞서 경남 거제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국민통합' 메시지를 던진 행보다. 당 관계자는 "보수정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충분히 해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방문도 같은 취지였고, 향후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 행보도 예정돼 있다"고 귀띔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3일 경남 거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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