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교육·보건복지위원장 임명 6월국회로 넘겨
"쇄신·혁신 필요" 당내 목소리에 '임명 반발' 나와
일각선 '친명계 일색' 비판도…"새 기준 논의해야"
정청래 "국회법 위반" 반발에도 위원장 임명 '미궁'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의 꽃'이라 불리는 야당 몫 상임위원장의 선임을 미뤘다. 당초 민주당은 30일 본회의에서 배정된 상임위원장을 새로 뽑을 계획이었지만, 상임위원장 자리도 당의 쇄신과 혁신에 따라 임명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에 막혀 빈 자리를 채우는데 실패한 것이다. 아울러 주요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견까지 분출하면서 향후 상임위원장 임명 여부도 미궁 속에 빠진 모양새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282명 중 찬성 173표(득표율 61.3%)로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을 장제원 의원으로 교체했다. 이번 과방위원장 교체는 지난해 7월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6월 1일부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과방위원장과 행정안전위원장을 바꿔서 맡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번에 맞교환 대상이던 행안위원장을 비롯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교육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등 6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은 보류됐다. 윤관석 의원이 맡고 있던 산자위와 김경협 의원이 임명돼있던 환노위원장의 선임 건은 시기상 어렵다 치더라도 당초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에서 선출하려 했던 교육위·행안위·복지위 등 3곳의 위원장조차 확정하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날 상임위원장을 뽑지 않기로 한 건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기 때문이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가 이번 상임위원장 후보 추천과 관련된 원칙을 설명했다"며 "다만 여러 의원이 국민들이 쇄신과 혁신을 기대하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내에서 더 논의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오늘 민주당이 추천한 위원장 후보들에 대한 국회 선출 과정은 진행하지 않고 당내에서 좀 더 논의할 것"이라며 "여야 합의를 거쳐 국민의힘 몫으로 정해져 있는 과방위원장만 오늘 선임하는 것으로 협의됐다"고 설명했다.
당내 의원들에 따르면 이날 의총에선 기존 장관과 원내대표 등 주요 보직을 수행한 의원들이 재차 상임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당대회 돈봉투 사태'로 자진 탈당한 윤관석 의원(산자위원장)과 의원직을 상실할 처지에 놓인 김경협 의원(환경노동위원장)의 사임이 늦어진 만큼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추가적인 쇄신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같은 의견은 기동민 의원이 먼저 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토론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면서 고개를 들었고, 허영 의원이 이에 동의하자 대다수 의원들이 박수로 동의의 뜻을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날 의총에선 선수별로 위원장을 돌아가면서 맡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회의원의 꽃'이라 불리는 상임위원장은 통상 3선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나이가 많은 순으로 배정해 2년 임기를 지내는 게 관례다. 하지만 앞서 지난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민주당이 17개 상임위와 예결특위 위원장을 전부 독식하면서 열여덟 자리를 채울 3선 의원 숫자가 부족해 장관 출신 의원 3명(도종환·이개호·진선미)에 재선 의원(송옥주·정춘숙)까지 상임위원장에 선출되는 등 관례가 깨진 만큼 재선 또는 초선 의원이 위원장직을 맡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내 일각에선 이날 갑작스럽게 상임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이유로 '신임 상임위원장'이 너무 계파에 쏠려있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여야 협의에 따라 과방위원장과 교체될 행안위원장엔 정청래 과방위원장을 행안위원장으로 이동시킬 예정이었다. 교육위원장에는 박홍근 의원이 내정됐었다. 박 의원은 직전 원내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3선 의원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굳이 그 (계파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임위원장이 한 쪽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하마평이 나왔다"며 "특히 최근 들어 이재명 대표가 개딸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당내 불만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런 논의가 나온 것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또 '주요 당직자는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면서까지 상임위를 독식한 정 의원을 향한 반발 심리도 반영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의원은 지난해 7월 국회 과방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같은 해 8·28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되고도 자리를 내려놓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정 의원의 과방위원장 사임의 건이 함께 의결됐다.
민주당 한 의원은 "굳이 여당에게 비판거리를 제공하면서까지 상임위원장을 독식해야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이런 모습이 계속되면 내년 총선에서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 없을 텐데, 이를 우려한 의원들의 걱정이 바깥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 같은 결과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본회의를 마친 직후 페이스북에 "장제원 행안위원장과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맞교대하기로 1년 전에 합의한 바 있는데 (오늘) 장 위원장만 선출하기로 한 것이 부당해 과방위원장 사임서를 철회고자 했으나, 의안과에서 접수를 거부했다"며 "국회의장이 과방위원장 사임의 건을 처리하려고 할 때 '이의있습니다'라고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은 표결 없이 가결처리를 했다. 이는 국회법 제112조 3항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임 건을 6월 임시국회로 넘겼지만, 당내 불만이 가라앉을지가 확실치 않은 만큼 선임 여부는 미지수로 남게 됐다. 김 대변인은 "과거에 위원장을 얼마나 맡았는지, 맡은 기간 동안 장관은 했는지, 이런 걸로 순서를 정했다"며 "훌륭한 재선이면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런 것 또 험지에서 고생하는 사람이면 기회를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등 (선출 기준을) 새롭게 논의하는 게 지금 당내 분위기에서는 꼭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