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vs 이재명'…대화 '방식' 놓고 또 장외 신경전

'정책 대화' 합의 후 열흘 이상 평행선

與, 비공개 대화·협상 VS 野, 공개토론

이재명 "당장 오늘 만인 앞 토론하자"

김기현 "논쟁만 하자고 하니 답답"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2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동의 '방식'을 놓고 장외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을 통한 공개 토론을 하자는 이 대표와 협상을 위한 비공개 회동이 필요하다는 김 대표 사이의 입장이 충돌하며, '대화' 자체에 합의한 이후 열흘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7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이 대표는 회의 말미에 "자꾸 형식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몇 주가 지나고 있다"며 "당장 오늘 오후도 좋다. 국회 로텐더홀에 의자와 책상 하나만 놓고 만인이 보는 가운데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하자면서 뒤로는 실질적으로 반대하며 발목을 잡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며 "말로는 하자면서 실제 협의를 해보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자꾸 미룬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말과 달리 회동에 뜻이 없다는 취지의 도발성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특히 "이게 무슨 선거 국면의 후보들 간 토론회도 아니고 굳이 형식과 절차를 갖춰서 자꾸 미룰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시간이 되는 대로 아무 곳에서 하자. 국민의힘 회의실도, 이 회의실(민주당 회의실)도 좋다"고 했다.

김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날 국민의힘 확대간부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 대표는 "대화는 논쟁하는 자리가 아닌데, 자꾸 논쟁만 하자고 하니까 답답한 노릇"이라며 "국정 현안에 대해 긴밀하게 이야기 나누는 협상의 자리가 대화의 자리인 것이지, 토론하는 자리가 협상이나 대화하는 자리는 아니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토론을 하자고 하니 얼마든지 좋다. 다만 토론은 하는데 여야 사이에 국정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별도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동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지난달 25일 김 대표가 '이 대표에게 식사 회동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취지로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 토론·논쟁, 아니면 대화를 하자고 했더니 거절했다"고 발끈하며 되려 김 대표가 토론을 피했다고 받아쳤다.

이후 국민의힘에서 "정책 대화 제안에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양당 대표 회동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형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소강상태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