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가는 곳 챙기는 정의선… "포니 있었기에 오늘 현대차 있어"
복원된 '포니 쿠페', 이탈리아 첫 무대 이어 한국서 첫 공개
헤리티지 복원 작업, 후속 프로젝트도 이어간다… "내부 검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포니 사랑이 실로 대단하다. 웬만한 주요 신차 출시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지만, 지난해 말부터 그룹 차원에서 진행한 '포니 쿠페 복원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직접 챙기고 있어서다.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선대회장의 염원과 현대차의 아픈 역사가 깃든 '포니쿠페'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가치를 전 국민과 전 세계에 직접 나서서 알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7일 정 회장은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오는 9일부터 개막할 '포니의 시간' 전시회에 앞서 열린 오프닝 이벤트에 참석했다. '포니의 시간'은 현대차의 첫 양산차였던 포니의 역사와 실제 차량들, 당시 양산되지 못하고 콘셉트카에 그쳤던 포니쿠페의 복원 모델을 공개하는 전시회다.
정 회장은 이날 행사장을 찾아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과 과거 임직원들의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정 회장은 "우리의 존재 이유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 지 고민이 많았고, 과거의 여정을 돌아보고 무엇이 지금의 현대차그룹을 만들었는지 돌이켜보고자 했다"며 "지금의 우리는 불과 반세기 전 독자모델인 포니를 만들기로 결심한 창업주와 과거 선배님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품질과 기본을 강조한 명예회장과, 사람을 향한 진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의 유년시절, '우리 가족의 첫 차' 였던 포니와 마음 따뜻해지는 시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니쿠페는 현대차 최초의 독자 모델이자, 정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선대회장의 염원이며 현대차그룹엔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포니쿠페는 현대차의 첫 양산차인 포니를 기반으로 양산하려 했던 스포츠카로, 당시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프로토타입(양산 시제품)과 금형까지 모두 제작을 마쳤으나 엔지니어링의 한계에 부딪혀 결국 세상에 내놓지 못했다.
이번 '포니의 시간' 전시회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도 여기에 있다. 50년 전 기술력 한계에 부딪혀 양산하지 못했던 포니쿠페를 세계 3위로 올라선 현대차가 완벽히 재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의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이 50년전 공개됐던 콘셉트모델 그대로 복원됐다.
이에 할아버지의 염원을 재현해낸 손자 정 회장은 포니쿠페 실차가 공개되는 곳 마다 발걸음을 옮겨 행사를 직접 챙기고 있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먼저 진행된 포니쿠페 공개 행사 '현대차 리유니온'에도 참석해 직접 포니 쿠페를 둘러보고 방문객들을 챙겼다.
지난달 '현대차 리유니온' 행사에서도 정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님과 정세영 회장님, 정몽구 명예회장님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가 있다"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지만 과거를 정리하고 알면서 다시 미래를 생각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이날 '포니의 시간' 전시회를 찾은 옛 현대차 임원들과 포니 개발에 참여한 원로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공을 돌렸다.
이날 행사에는 1970년대 국내 자동차 수요전망 보고서를 만들어 정부에 포니가 생산될 수 있도록 설득한 김대명 전 임원과 포니 완성차 공장 설립에 기여한 이수현, 서창명 전 임원 등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원로들에게 "덕분에 오늘 이렇게 (행사를)할 수 있게 돼 너무 고맙다"며 "옛날에도 다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조언 많이 해달라. 저희가 열심히 돕겠다"고 덧붙였다.
'과거를 정확히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일념 하에 정 회장은 포니에 이어 기아의 초창기 모델 복원 작업도 검토 중이다.복원 모델로는 기아의 전신인 기아산업이 판매했던 삼륜차 'K-360'과 '브리사'가 유력하게 꼽힌다.
정 회장은 "기아도 (복원 작업을)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삼륜차도 있었고, 브리사도 있다. 다만 준비과정이 필요하기 떄문에 내부적으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